최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주도의 집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법원의 판결이 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해치는지 극명히 보여준다. 그제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허용된 2개 차로를 넘어 반대쪽 차로까지 점거하고 조계사 앞 왕복 6개 차로를 무단 장악하며 차량 통행을 막았다. 평일인 14일엔 출퇴근 시간에도 세종대로 왕복 8차선 중 2~3개 차선만 차량 운행이 가능한 탓에 이 일대 오후 차량 통행 속도가 성인 남성이 걷는 속도(시속 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속 1~2㎞에 그쳤다.
우리나라처럼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는 없다. 올 들어 광화문 광장, 시청역 일대에서 하루 평균 3건의 집회와 행진이 벌어졌다. 이들이 내뿜는 각종 소음 외에 차로 점거 등을 통한 교통체증 유발로 시민 불편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이다. 사전 신고된 범위 내에서 의사를 표현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노조는 꼼수와 편법으로 이를 지키지 않았고 공권력의 대응도 미온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노조가 권력집단이 되면서 경찰도 눈치를 보느라 불법을 방관한 측면이 크다.
그나마 최근 노조의 거듭된 일탈과 무기력한 공권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경찰은 시민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집회와 시위에 대해선 적극 대응 추세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이를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14일만 해도 경찰은 신고된 3개 집회 중 2건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평일 퇴근시간대 집회로 교통소통 장애가 일어난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집회를 허락했다. 지극히 편향된 판결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해도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현저하게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될 순 없다. 오늘날과 같은 다매체 시대에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특정 집단이 무분별한 자유를 누리도록 허용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도심을 무법천지, 교통지옥으로 만드는 집회 현장을 판사들이 한 번 체험이라도 한다면 집회를 무제한 허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리와 법조문에만 매달린 기계적 판결이 얼마나 많은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초래하는지 법원도 냉정히 따져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