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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2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교권 침해와 학부모 민원,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제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이러한 내용의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사 등 675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1.2%포인트다.
조사 결과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가란 질문에 23.6%(1591명)만 동의했다. 교총이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17년 전인 2006년 조사에선 만족한다는 응답이 67.8%로 3배 가까이 높았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할지 묻는 문항에서도 20%(1348명)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역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해당 문항이 추가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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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도·민원 어려움 꼽아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을 버거워했다. 교직 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자 30.4%(4098명)가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에 대한 생활지도를 꼽았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 3397명),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와 잡무(18.2%, 2457명),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10.5%, 141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교사의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는 69.7%(4704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권이 보호되고 있다는 응답은 9.2%(624명)로 10%를 넘지 못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려 96.2%(6495명)가 동의했다. 수업 방해 등 문제행동을 일삼는 학생을 제지·지도할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데 이런 위험 요소를 차단해 달라는 호소다.
실제로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42.6%(5747명)가 교육활동·생활지도에 대한 법적 면책권 부여를 꼽았다. 이어 신고만으로 교사를 직위해제 처분하는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의견도 21.7%(2927명)를 기록했다.
최근 1~2년간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됐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87.5%(5905명)가 공감했다. 반면 사기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2.1%(144명)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교권 하락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점으로는 46.3%(3129명)가 학생 생활지도 기피를 꼽았다. 교권 하락으로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에 공감을 표한 셈이다. 이어 수업에 대한 열점 감소(17.4%, 1173명), 교육 불신 심화(14.7% 991명) 등도 10%가 넘는 응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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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교육 분야를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걸고 교사와 수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보느냐란 문항에 68.3%(4611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사들의 경제적 처우 변화에 대해선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68.5%)는 응답이 10명 중 7명에 달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8.1%에 불과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지난 20년간 보직(부장교사) 수당은 월 7만원으로 동결됐으며 담임수당은 고작 2만원 인상된 13만원에 불과하다”며 “교사 전체적으로도 해마다 1%대 보수 인상으로 실질임금은 삭감되는 상황”이라며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한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교사에 대한 성희롱·폭언·욕설 평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해서는 ‘전문성 신장 취지는 실종되고 부작용만 초래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81.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성국 회장은 “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문제행동을 일삼는 학생에 대한 교실 퇴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교권침해 처분 학생부 기재, 가해학생·피해교원 분리 조치 등이 담긴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현재 계류 중인데 국회는 이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사들이 가장 되고 싶은 교사상은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28.0%)이었다. 2019년 조사 이래 5년 연속 1위로 꼽혔다. 이어 ‘학생을 진정 사랑하는 선생님’(15.4%), ‘학생의 강점을 찾아내 진로지도 하는 선생님’(13.4%), ‘전문성 향상에 부단히 노력하는 선생님’(12.4%)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