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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실버·식품안전 수출 늘리고 아세안 공략해야"[중국 수출 해법]③

최정희 기자I 2023.03.14 05:00:00

[대중 수출쇼크…출구는]
(인터뷰)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인터뷰
中, 성장 전략 '소비' 전환에 인구·소득까지 받쳐줘
아세안 '단순 생산기지' 말고 인프라 투자도 늘려야
설계에도 中한테 밀린 반도체, 메모리는 반드시 지켜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중국 정부가 ‘소비’로 성장 전략을 바꾸면서 중간재 중심의 우리나라 대중 수출 구조를 ‘소비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80.6%인 반면 소비재는 고작 3.8%에 불과하다. 중국이 2016년부터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대중 수출이 중국 수출에 비례해 늘어나던 시절은 끝났다.

中 소비시장 커진다…‘소비재’로 수출 전략 바꿔야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수출과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비동조화되고 있다”며 “한중 수출이 보완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밝혔다. 국금센터 분석 결과 200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중국 수출과 대중 수출의 상관계수는 0.91이었으나 산업 고도화 전략이 시작됐던 2016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0.38로 하락했다.

중국이 10년 가까이 산업 고도화 전략을 펴왔는 데도 우리는 중간재 수출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이 부장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을 가공무역의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경제 구조가 어느 정도 남아 있었고 소비재 등 최종재 수출 전략이 미흡했다”며 “공교롭게도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소비재 수출이 제약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그러나 중국 소비재 시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년 내 미국도 추월할 전망이다. 이 부장은 “정부 정책, 인구, 소득 수준이 맞물려 중국 소비재 시장은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밝혔듯이 소비 위주의 성장 방식으로 전환한 데다 통상 경제학에서 성장 동력이 소비로 전환되는 시점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5000만달러로 보는데 중국은 이미 1만달러를 넘어섰다. 대도시는 3만달러를 상회한다. 우리도 소비재 공략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의료시스템, 실버, 식품 안전, 케이팝 등 한류, 전자상거래 등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오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의료시스템이 불안했기 때문인데 의료 시장이나 (고령화에 대응한) 실버 산업, 식품 안전 등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이쪽으로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로 생긴 중국 내 반한 감정을 BTS 등 케이팝 문화 진출을 통해 완화하면서 실익을 얻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 전자상거래가 세계 1위로 2위인 미국과 비교해서도 2.5배 크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등 IT에서 경쟁력이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 루트를 통한 기회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체 시장으로 베트남 등 아세안 진출 확대가 거론되지만 단순 가공무역 생산기지 구축에 그쳐서는 승산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장은 “아세안은 단순히 가공무역 생산기지로만 쓰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쫓겨나서 베트남으로 갔지만 베트남으로 여러 기업들이 들어오다 보니 베트남에서도 (기업을) 고르는 느낌이 이다. 그러다 보면 중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또 생길 수 있다. 내수 시장을 확대하면서 인프라 투자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세안은 올해도 4% 후반대의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신흥시장인데다 우리나라의 아세안 수출 비중은 18.3%(2022년)로 미국(16.1%), 유럽(13.3%)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아세안은 중국의 대체재는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 부장은 “아세안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중국 수출 감소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아니면 中에 팔 수 있는 중간재 없어”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 1위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수입 1위국이기도 하다. 신성장동력인 2차 전지의 필수 소재인 리튬을 전 세계에서 70% 생산하는 곳도 중국이다. 이 부장은 “대중 수출, 대중 수입 비중이 점차 비슷해질 것이다. 수입이 커진다는 것은 중국에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한중간 수출, 공급망, 금융, 외환, 관광 등 경제 연관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비교해 아직까지 우위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도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부장은 “반도체 설계에선 중국이 우리나라를 넘었지만 메모리 분야에선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면 중국에 팔 수 있는 중간재가 없다. 미중 갈등의 캐스팅 보트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내 중국 수요가 줄어드는 부분을 우리나라가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부장은 “미국 국방수권법으로 미국에 설치된 중국산 CCTV를 모두 철거하는 조치가 있었는데 그로 인해 우리나라 CCTV가 많이 팔렸다”며 “미중 갈등으로 기회 요인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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