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념 투쟁보다 공정ㆍ상생... MZ노조, 새 길 보여줬다

논설 위원I 2023.02.08 05:00:00
청년층 주축의 MZ세대가 만든 8개 기업 신생 노동조합의 협의체(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노동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미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이념 투쟁에 치중했던 기존 노조들과 달리 공정과 상생을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상식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자 회의를 갖고 출범을 결의한 이 협의체의 소속 노조원은 LG전자·서울교통공사·금호타이어·한국가스공사 등의 약 5000명이며 21일 발대식을 갖는다.

협의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청년 노조원들이 민노총·한국노총이라는 양대 노조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생각을 큰 목소리로 밝히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진영 논리와 이념 편향에 치우쳤던 양대 노조와 달리 조합원 권익 제고 등 노조 본연의 기능을 앞세우고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노동 운동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협의회 참가 대표들은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과 택배노조 파업 등에 대해서도 과격한 방식의 투쟁으로 국민 신뢰를 깎아내렸다고 평가했다.

노동계 권력 지형을 바꾸기엔 이들의 힘이 너무도 미약하다. 목소리도 작고 조합원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노동계 관행과 투쟁 방식에 대한 2030세대의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감안하면 협의체의 주장은 빠른 속도로 공감대를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 20~39세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파업 빈도 및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답이 10명 중 8명에 달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엄정 대응을 “적절하다”고 본 응답이 54%에 달했으며 “노조회계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85%나 됐다.

협의체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개방적 의견 수렴과 투명한 노동 시장 조성을 다짐했지만 이는 기존 노조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지나친 정치 편향성과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내부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왜 나왔는지 기존 노조는 따져봐야 한다. 부적절한 정치 활동, 투쟁보다 회사와 조합원의 실익을 더 고민하는 MZ노조의 목소리는 정부와 기업도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청년 세대에서 시작된 변화가 노동계에 상생·협력의 문화를 꽃피우고 소모적 갈등 관계를 끝내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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