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은 우리 삶 속에 파고든 나노기술 덕분에 미래에 이뤄질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썼던 진단키트, 마스크, 백신 등에 있는 나노기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기능과 역할이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속에서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의 아주 미세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술인데요, 나노 단위에서는 특별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과학자들은 구조를 조작해 독특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물질도 만들고, 이후 펼쳐지는 미세한 현상들을 확인합니다. 나노미터 크기에서 미세한 가공을 통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변화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더 작은 세상을 관찰하기 위해 현미경을 만들었고, 신물질을 개발해왔습니다. 이 같은 노력이 ‘나노기술’이라는 결실로 이뤄졌습니다.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기원한 말입니다. 실제 나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의 기술을 가리킵니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m)로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 크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별도의 측정 장비가 없는 상태로는 절대로 이 세계를 볼 수 없습니다
나노기술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미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괴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처음 나노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엄청나게 작은 세계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그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속 모든 내용을 1.6mm의 핀에 기록하는 방법을 사례로 들면서 아주 작은 공간에 방대한 정보를 담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이러한 상상은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주사형탐침현미경과 같은 측정장비와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신물질 개발까지 이어졌죠.
특히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은 두께가 0.2나노미터 수준으로 얇은데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합니다. 이런 물질들을 활용해 다양한 복합소재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휴대폰 속 칩 등에도 쓰여
나노기술은 이제 우리 실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휴대폰 속 칩에서부터 LED 형광등, 공기청정기, 에어컨, 자외선 차단제, 세탁기, 노트북 등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기·전자, IT(정보통신),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3D 프린팅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숨겨진 소재를 탐색하는 기술, 디스플레이 광원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그래핀 연구, 3D프린팅을 활용한 충전지 개발, 100% 생분해가 가능한 신소재 개발 등에도 나노기술이 융합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미세한 화학 공정 등에도 쓰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도 활용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아파서 약을 먹는 모습이 일상이 됐습니다. 나노기술은 미세한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감염균이 우리 입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센서를 통한 체온 점검, 약물전달체로 활용을 통한 감염병 극복 등을 가능케 합니다.
나노기술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확진자 판정을 쉽고 빠르게 돕기도 했습니다. 나노기술이 바이오센서에 접목되면 기존에 4~6시간 걸리던 진단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쓰이는 분자 진단키트는 바이러스 유전자 R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으로 증폭시킨 후 분석하는 방법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합니다. 나노 공정을 도입하면 민감성, 정밀성을 높이면서 검사가 잘못돼 결과가 바뀌는 위음성·위양성과 같은 사례도 줄일 수 있습니다.
나노기술로 만든 센서는 가스 센서나 공기청정기 속에도 들어가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성 가스 농도를 측정하게 돕기도 합니다. 과거 공기청정기가 단순하게 미세먼지와 같은 큰 입자만 걸러줬다면 이제는 세균, 바이러스의 농도를 탐지하고 걸러주는 장치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하지만 사람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입에서 나오는 들숨, 날숨으로 질병이나 환경을 감시하는 시장도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폭우,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나노 기술은 탄소중립을 이끌 기술로도 활용성을 넓히고 있습니다. 실제 저전력 나노이미지센서, 기능성 물질 나노전달체로 피부 질환 치료를 위한 나노 소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력을 아껴 이산화탄소 소모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김덕기 한국연구재단 나노·반도체단장은 “나노기술은 바이오의료분야를 비롯해 소재 등 전 분야로 영역을 넓혀 활용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에 쓰였던 진단키트, 백신처럼 앞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 분야에 활용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