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그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결정에 본격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IRA가 다분히 올 11월 선거를 고려해 자국 우선주의 내용을 담은 정치적 성격의 법안인 만큼 선거 전까진 물밑 협상에 주력하다가 선거 이후 법 개정이나 하위법에 우리 측 요구사항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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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부는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꾸려 사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과 재무부, 상무부 등 미국 주요 행정기관과 의회를 찾아 전기차 보조금 개정 내용에 대한 우리 측 우려와 업계 입장, 국내 여론을 전달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또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자동차·배터리업계와 만나 민·관 공동 대응 전략도 논의한다.
다음 달에는 한미 관련 협의를 고위급으로 격상한다. 내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방미 기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백악관, 의회 주요 관계자와 접촉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9월 중순께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 장관은 오는 31일 주한 미국대사와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정부 통상정책의 또 다른 축인 외교부 역시 잰걸음에 나섰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는 지난 26일 방한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IRA 문제를 중심으로 현안을 논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미국 측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의해 가능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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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조용히 물 밑에서 미국 측 핵심 관계자들과 접촉해 우리 입장을 전하는 ‘로 키(low-key)’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IRA가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급히 통과된 법안인 만큼 중간선거 승리라는 목적만 달성한다면 미국도 조정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우리 정부가 굳이 먼저 이슈화해서 미국 내 정서를 거스를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똑같이 전기차 보조금 중단 위기에 놓인 독일 등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국가가 법안 통과 2주가 지난 현 시점까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수입 전기차 판매량(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포함)은 한국산이 3만2000대, 일본산이 6만30000대, 독일산이 5만대, 스웨덴산이 2만3000대다.
이 장관은 “일본도 경제산업성 내부에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로 파악되며 EU 역시 11월까진 전략적으로 목소리의 강도를 높이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여러 변화를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이에 맞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간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전방위 공조를 통해 미국에 압력을 가할 예정이다. 정부는 11월 이후부터는 미국 자동차·배터리 업계도 IRA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봤다. 테슬라나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도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맞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만 끝나면 한국·일본·EU 전기차·배터리 회사는 물론 미국 산업계까지 한목소리로 미국 정부에 요건 완화를 촉구하고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장관은 “상황에 따라 EU, 일본과의 공조를 추진하고 WTO 제소도 검토할 것”이라며 “(선거 이후) 미국 정부의 변화와 미국 산업계의 여론에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구를 더해 우리 전기차 수출과 현지 보조금 지급에 영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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