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계 ‘오빠’가 돌아왔다. 소셜미디어(SNS)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김영하(54) 작가가 오랜만에 새 책 ‘작별인사’를 들고 나왔다. 그의 소설 출간은 단편집 ‘오직 두 사람’(2017년) 이후 5년 만이자, 장편소설로는 ‘살인자의 기억법’(2013년) 이후 9년 만의 신작이다.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내세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2년 전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에서 회원을 상대로 독점 연재했던 소설을 개작한 것이다.
당초 작가는 회원들에게 선공개 된 이 소설을 2, 3개월 뒤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가 터졌고 2년 가까이 미뤄졌다. 그 사이 200자 원고지 400매 가량의 원고는 800매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주제도 코로나19를 거치며 완전히 달라졌다. 인간의 고유성에서 대신 태어남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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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 작가는 코로나19 전면 해제에 따라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이틀 동안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강남점에서 대면 출간 기념 사인회를 열었는데, 하루에만 300여명의 독자가 찾았다. 김 작가는 자신의 SNS에 독자와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정말 오랜만의 대면 이벤트, 감개무량입니다. 주말에 귀한 시간 내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회당 100명까지 참여 가능한 ‘김영하 작가와 함께하는 봄날의 피크닉’은 수많은 여성팬을 불러 앉혔다. 총 6회 진행한 이 이벤트는 매회 매진이었다.
지난 4일엔 유튜브에서 라이브 북토크도 열었다. 그는 방송에서 “작가는 책이 나오기 전에 온갖 공포에 시달린다. 9년 만에 내는 장편이기 때문에 내지 않는 게 좋을까 엎치락뒤치락했다”면서도 “초반에 독자 반응도 좋고 해서 안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SNS에도 “책이 사랑받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숨고 싶기도 한다”며 “하지만 책은 나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의 것도 아니어서 조금 민망해도 나서서 이렇게 열심히 영업 중”이라고 했다.
휴머노이드와 로봇을 다루는 많은 SF(과학소설) 작품들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면, 김 작가의 신작은 인간의 고유성을 너머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로 확장한다. 김영하 작가의 미덕은 그가 무엇에 천착하느냐가 아니라 그동안 다른 작가들이 무수히 다뤄온 ‘오래된 문제’들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루는가에 있다.
김 작가는 유튜브 방송 막바지에 이렇게 덧붙였다. “좋은 이야기는 그 스토리에 빨려들면서도 그 안에서 계속해서 사고하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바람이 있다면 내 소설 자체가 사고를 촉발하는 이야기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