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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의 부동산톡]토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 약정이 유효한지

양희동 기자I 2022.04.23 05:00:00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건물, 공작물, 수목 등(이하, ‘지상물’이라 함)의 소유를 목적으로 토지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그 계약기간이 만료하였는데 임대인이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지상물의 매수를 임대인에게 요구하는 것, 즉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의 요건과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이 유효한지 등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 토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의 요건

건물 등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계약기간이 만료하였는데,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원하지 않아 종료되는 경우에, 건물 등 지상물이 그대로 있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해당 토지 위의 지상물에 대해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고(민법 제643조, 제283조), 요구와 동시에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간주되는바, 이를 토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이라 한다.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여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고, 또한 임대차계약에서 약자인 임차인에게 가혹하므로 임대인이 매수하여 활용하라는 취지이다.

임대차기간 만료시에 건물 등 지상물이 현존하고 있으면 지상물매수청구의 대상이 되므로, 임대차계약 당시에 이미 있던 건물이라거나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신축될 것을 요하지도 않고, 임대차기간 중에 지어졌더라도 건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된다.

다만, 지상물이 토지의 임대차 목적에 반하여 축조되고 임대인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것이라거나, 지상물매수청구가 인정될 경우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12.10. 선고 2021다260671 판결).

지상물매수청구권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지상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순간 바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해당 지상물의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 다만, 건물의 매매가격만 정해지면 되는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에서 시가 감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정해질 것이다.

한편, 토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은 기본적으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정상적으로 만료한 때 발생하므로, 만약 임차인이 임대료를 2회 이상 연체했다는 등의 사유로 임대차가 해지 종료되면, 임차인은 지상물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 약정을 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무효

토지 임대차계약서에 임대차계약 종료된 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에 임차인은 위 부동산을 원상으로 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한다”는 내용으로 원상회복 약정을 한 경우, 이러한 원상회복 약정은 원칙적으로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으로 해석된다. 토지를 임차한 후 건물을 지었다면, 그 지어진 건물을 철거한 후 토지를 원상대로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상물매수청구권은 기본적으로 임차인을 위한 제도이고,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므로, 위와 같은 포기 약정은 무효가 됨이 원칙이다.

따라서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이 있다고 해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후 토지인도청구 및 건물철거청구소송을 한 경우, 임차인은 여전히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 약정이 유효한 경우

그런데,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했더라도, 임대차계약의 조건이나 계약이 체결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와 같은 포기약정이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았다고 평가되면, 유효로 될 여지는 있다(대법원 2001다42080 판결). 이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후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청구소송을 하게 되면, 임차인은 이에 응해야 한다.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했더라도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평가되어, 그 효력이 인정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지상물을 포기하는 약정을 한 대신에 임대료를 시가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약정을 하고, 임대차기간이 장기여서 임차인이 건물 투자비용을 회수하기에 충분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이며, 그 밖에 해당 지상물을 임대인이 매수하더라도 임대인은 활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또는 해당 지상물을 철거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액이 소액인 경우 등도 인정된 사례가 있다. 아래에서는 관련하여 법원이 판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본다.

① “피고는 자신이 영위한 특정 업종의 특성에 부합하는 이 사건 건물을 약 1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시세보다 낮은 차임을 지급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여 왔고, 그 결과 이미 위 건물의 시가에 육박하는 이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위 건물에 투여한 자본 역시 충분히 회수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위 건물에 관한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위 건물에 관한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의 의사를 거듭하여 표명하였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약정은 실질적으로 임차인인 피고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

②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원고가 이 사건 점포를 신축하여 피고의 소유로 하기로 하면서 대신에 건축비 회수 등이 가능하도록 이 사건 임대차계약 기간을 최장 10년을 보장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월 차임이 3년 6개월간 150만 원, 1년 6개월간 170만 원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보이고, 갱신된 월 차임도 245만 원에 불과한 점,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마트의 영업권 등을 A에게 양도하면서 권리금으로 2억 2,500만 원 상당을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지상물매수청구권 배제 특약이 전체적으로 보아 반드시 원고에게 불리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례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34기(사법고시 2002년 합격)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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