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감소 등 시장이 가뜩이나 침체된 데다 실적에서도 탄탄한 기업도 일부 포함해 투자자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과거 삼성전자나 네이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액면분할이 언제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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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분할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8곳, 코스닥 1곳으로 총 9곳에 달한다. 신영와코루(005800) DI동일(001530), F&F(383220), 아세아시멘트(183190) 한미반도체(042700), 광주신세계(037710),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신세계(004170)I&C 등이다.
지난해 주식 액면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총 21곳(철회 제외)으로, 코스피 상장사는 11곳이었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보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액면분할의 주된 목적은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코스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쪼개기’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판단한 데 있다. 연초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예고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이어지며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거래대금도 대폭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합친 지난달 평균 일 거래대금은 18조66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기록한 32조3770억원과 비교하면 42% 넘게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14조1770억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를 상회해 거래량이 작은 DI동일의 액면분할 결정에 대해 “소액 주주들의 요구에 마음을 열었다”면서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 대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 거래량 늘지만, 주가 향방은 결국 펀더멘털
통상 액면분할은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단기 호재로 작용한다. 거래 수요를 높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일 액면분할 결정을 공시한 신영와코루는 당일 5.58% 상승 마감하는 등 주가 강세를 보여줬다.
상장 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 경우도 적지 않다. 카카오(035720)는 지난해 4월 기존 주가의 5분의 1로 신주 상장을 진행했고, 거래 재개일 주가는 7.59% 상승했다. 거래량 역시 직전 거래일 대비 20배 넘게 늘어났다. 재상장 석달 후 카카오 주가는 42.41% 상승했다. 2018년 5월 액면분할을 진행한 휠라홀딩스(081660) 주가도 재상장 3개월 후 2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주당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매수뿐 아니라 매도 접근성도 높인다.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NAVER(035420))는 액면분할 후 고전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8년 5월 삼성전자는 기존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해 주당 가격이 기존 265만원에서 5만3000원으로 바뀌었다. 가격 상승이 기대됐지만, 오히려 2% 넘게 하락했다. 3개월 후에는 14% 가까이 떨어졌다. 액면분할 이전 주가 수준을 되찾은 건 2019년 11월이다.
네이버 또한 2018년 10월 5대1 액면분할 후 거래량은 대폭 확대됐으나, 주가는 한동안 하락세를 탔다. 기존 70만4000원이었던 주식을 13만8000원으로 재상장한 뒤 11만원대까지 미끄러지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이듬해 8월을 지나면서 전 고점을 회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