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활용하기 시작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법원의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혼선에 빠졌다.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에 대해 지난주 서울행정법원이 상이한 결정을 내렸다. 이 법원 행정4부는 신청을 일부 인용해 서울의 규모 3천㎡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반면 행정13부는 신청 자체를 기각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같은 법원 행정8부가 전국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해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했다.
국민은 헷갈린다.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두고 한 법원이 상이한 두 가지 결정을 내렸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는 전국에서 방역패스를 도입하지 말고 상점·마트·백화점은 서울에서만 방역패스를 도입하지 말라니 지역에 따라 법이 다르단 말인가. 판사들 사이의 법리 판단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행정4부는 정부 방역패스 정책을 “시장·도지사에 대한 지휘일 뿐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변동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신청을 각하하고 서울시 관련 공고에 대해서만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반면 행정8부와 행정13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방역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봤다.
방역패스가 혼선에 빠지면서 정부 방역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패스를 방역의 주된 수단에서 부차적 수단으로 격하해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법원의 엇갈린 결정들에도 일관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방역패스의 국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삶에 필수적이거나 자주 이용되는 시설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가 방역을 이유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응 방안을 금명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방역패스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법원의 결정들을 적절히 수용해 혼선을 가라앉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방역패스는 최소한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대체 방역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 확산을 코앞에 두고 혼선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