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삼성이 내놓은 투자계획 가운데 특히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여러 비슷한 얘기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잇는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본격 실천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만 앞으로 3년간 20조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제약바이오 전체 시장규모가 24조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양축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5공장과 6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삼성을 포함, 대부분 대기업은 제약바이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제약바이오는 세계 시장규모가 1400조원으로 반도체(400조원)와 자동차(600조원) 시장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다. 삼성이 바이오로 버는 매출, 이익규모는 아직 삼성전자를 따라잡으려면 요원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조 1648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을 각각 거뒀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매출 236조 8070억원, 영업이익 35조 9939억원 수준이다. 덩치로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하지만 기업가치에 있어서는 지금 추세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는데 의외로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몸값은 60조원, 삼성전자는 450조원 안팎이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CDMO 업의 특성으로 영업이익률이 36%를 넘어서면서 몸값 급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17% 정도로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매출, 이익 면에서 수년째 정체상태인 삼성전자에 반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력인 CDMO 사업이 매년 50% 가량 급성장,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사업여건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를 제치려면 CDMO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들을 확보해야만 높은 몸값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삼성이 풀어나가야 할 난제다. 참고로 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 백신 덕에 1년새 10배 가량 늘어 200조원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