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재개株가 구한 코스피, 경계 목소리 커지는 이유는?

고준혁 기자I 2021.08.27 00:20:00

이번주 운수창고 섬유·의복 등 리오프닝 상승
위드 코로나·테이퍼링 연기·EM 최저 수준 등 작용
코스피 거래대금 13조원대 저조로 방향성 판단 일러
"美 방어주로 변동성 확대 대응해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주요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은 다시 리오프닝(경기 재개) 관련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부른 추격 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기 회복 증가세가 상반기에 정점을 기록한데다, 향후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테마로서는 부합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코스피, 운수창고 7.7%↑등 ‘리오프닝’ 위주 반등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초인 2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는 2.22% 상승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0.56%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크게 약화한 모습이다. 지난주 1조2068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757억원 수준으로 매도규모를 줄였다.

이번 주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운수창고로 상승률 7.77%를 기록했다.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제주항공(089590) 등 항공업과 HMM(011200), 팬오션(028670) 등이 있는 해운업, CJ대한통운(000120) 등의 택배사가 포함된 업종이다. 이어 건설(6.39%), 증권(6.26%), 섬유·의복(6.14%), 운송장비(4.97%), 철강·금속(4.87%), 비금속광물(4.86%), 종이·목재(4.70%), 기계(4.68%), 유통업(4.41%) 등 리오프닝 테마에 속한 업종이 대부분 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 그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에 약세를 보였던 업종들이기도 하다. 코스피 운수창고 지수의 경우 지난 7월 6일 장중 최고가인 2741.87을 기록한 뒤 지난 20일 2280.04로 계속 하락하다가, 이번 주인 23일 들어 상승 반전했다.

◇ “신흥국, 선진국대비 격차 2014년 이후 최대”

리오프닝주가 주도하는 코스피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드 코로나’를 해당 시기 준비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와 공존하되 교육, 돌봄, 경제생활 등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사회적 봉쇄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시행될 것으로, 이때는 전국민 70%에 대해 1차 접종을 완료 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주 상승의 명분으로 지목되는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조기 선언에 대한 우려감이 해소된 점도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미국이 긴축 기조로 통화 및 재정정책 방향을 틀면, 피해를 보는 지역은 신흥국가다. 달러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가 나타나 해당 지역에서 자금 유출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테이퍼링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뒤 코스피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상승 반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신흥국과 선진국의 주식시장 격차는 역대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코스피 역시 더 반등할 여지가 있단 것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이퍼링에 대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색채가 짙어지지 않는다면, 잭슨홀 이후 신흥국 증시 저가 매수세 유입에 대한 기대를 높여볼 만한 시점”이라며 “선진국(DM) 대비 신흥국(EM) 디스카운트는 2014년 이후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는데, 여타 EM과 마찬가지로 코스피와 코스닥도 밸류에이션, 기술적 측면에서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단기 낙폭과대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 3분기 실적 상향이 조정되고 있지만 8월 지수 대비 낙폭이 두드러진 화장품과 의류, 운송, 디스플레이, 에너지, 비철금속, 기계, 철강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 美 10년물, 올해 1.2%대로 마감 전망도

그럼에도 마음 놓고 코스피를 추가 매수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선 저조한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이든 하락이든 특정한 방향성을 띠고 있다고 해석하긴 섣부를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13조1712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0.89% 하락한 지난 17일 22조2416억원보다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6~7월 15조원대 안팎 수준과 비교해서도 낮다.

경기 상황을 점검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미국채 10년물이 지난주 이후 반등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올해 고점까지 오르긴 힘들다는 전망이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1.253%였던 금리는 25일 1.344%로 급등했다. 연고점은 지난 3월 말로 1.776%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을까지 양호한 미국 고용지표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미국 금리 레벨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그 높이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전망과 전략은 다른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 반전했지만 연고점을 뚫고 올라가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단기간 사고파는 트레이딩 전략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 가져갈 목적이라면 경기 재개 업종의 비중 확대는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KB증권은 채권시장이 테이퍼링을 이미 선반영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연말까지 1.2% 수준에서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서는 등으로 신흥국 경기가 여전히 부진할 걸로 보면서 미국주식, 그중에서도 경기방어 업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기에 신흥국의 경기둔화 우려는 미국 외 선진시장에 부담으로, 미국주식, 그 안에서는 경기방어 업종을 중심으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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