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가 터졌던 작년보다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복 강도는 연초보다 둔화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 부품 공급 차질, 해상 물류 적체·물류비 급등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제조업체 가동률이 석 달째 하락했다.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심리지수도 넉 달째 하락하고 있다. 올해 4%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지만 산업 경기 전반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가동률 지수(2015년 100 기준)는 5월 99.1로 전월비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2월 77.3%로 2014년 7월(77.7%) 이후 6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나 3월 74.9%로 하락하더니 4월, 5월 두 달째 73.8%를 기록하고 있다.
가동률은 현재의 생산량을 기업이 전체 공장을 최대한 가동했을 때의 생산량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분자인 생산량 자체가 석 달째 감소하면서 가동률이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1.0% 감소, 석 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작년 3분기(전분기 증가율 6.4%)와 4분기(3.1%), 올 1분기(3.4%)까지 기대치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에 2분기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분석도 나온다.
생산이 일시적으로 줄더라도 물건 팔리는 속도가 빨라지면 이는 다시 생산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물건이 팔리는 속도보다 재고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재고율(재고/출하비율)은 3월 101.5%에서 4월 102.1%, 5월 102.4%로 점차 상승, 전기장비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재고 자체가 전월비 0.1% 증가,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출하는 0.2% 감소, 석 달째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나 반도체 장비 관련 설비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련 생산이 감소하고 있고, 자동차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칩 수급 불안에 생산이 감소하면서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체의 가동률 하락은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비 부담, 차량용 반도체 칩 등 부품 수급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반도체 부품 수급난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제조업체의 생산·투자 계획에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원자재·물류비 급등, 부품 공급 차질 등은 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위축시키고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경연에 따르면 6월 중순 매출액 상위 60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 심리지수(BSI)는 100.9로 3월 114.0을 기록한 이후 넉 달째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대기업, 중소기업(2807개업체)을 포함해 조사한 제조업 심리지수는 6월 98로 전월(96)보다 2포인트 상승했으나 대기업만 놓고 보면 107로 3포인트 하락했다.
유가 상승분을 석유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심리가 악화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는 수요 증가보다는 셰일오일 생산 주춤, 산유국 감산 유지, 원유 선물 투기 등에 따라 오른 것이라 유가가 1달러 올랐다고 해도 실제 휘발유 등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가격은 0.8달러에 불과하다”며 “정제마진이 악화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칩 부족은 TSMC의 생산 강화로 하반기로 갈수록 해소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나 해상 물류대란에 따른 물류비 부담은 제조업체 전반에 원가 부담, 부품 부족 등 병목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항만에서 화물을 내리지 못한 컨테이너선들이 몇 주간 정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류를 옮기는 컨테이너선과 컨테이너 박스가 모자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만으로 들어간 컨테이너선은 평상시에는 2~3일만 대기하면 됐지만 현재 2주가 걸린다”며 “시간이 지나면 적체 현상이 풀릴 수 있지만 중국 옌텐항 코로나 발생, 대만 가오슝항 크레인 사고 등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적체 현상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3중고가 경제 회복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제조업이 수출을 주도하는 것은 IT 등 일부에 한한 것”이라며 “전반적인 산업 경기가 활황세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기가 회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출도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부가가치 기준)에 불과해 성장률을 꺾을 변수는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동률은 일시적으로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으나 수출이 좋으면 개선될 수 밖에 없다”며 “원자재 비용 부담 등이 경기를 꺾을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