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 플래트닝 '표면적'"…가치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고준혁 기자I 2021.06.22 00:10:00

21일 니케이 3.29%↓…"美 통화정책 우려 속, 日 경기민감주 많아"
美 30년물-5년물 금리 차, 16일 1.31%p로 연초 최저 후 낮아져
커브 플래트닝, 장기물 하락이 문제로 ''성장 둔화'' 해석 엇갈려
"긴축 우려에 경기 모멘텀 둔화까지" vs "채권 시장 연준 믿는 ...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긴축 분위기가 퍼지면서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성장주는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긴축 기조에도 장기 금리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민감 업종의 가치주는 하락 폭이 크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되돌려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는 자정작용의 일환으로 가치주의 상승세는 다시 이어진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 16일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국채 30년물과 5년물 금리차가 급락한 모습. (사진=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3% 하락한 3240.79에 마감했다. 의약품과 기계를 제외한 전 종목이 내렸다. 특히 전기가스업(-5.61%)와 통신업(-2.02%), 운수창고(-2.00%), 비금속광물(-2.00%) 철강·금속(-1.70%), 금융업(-1.67%) 등 경기민감 업종이 크게 내렸다. 이날 일본 니케이 지수는 3.29%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매도세가 나오는 가운데, 경기민감주가 많은 일본 주식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간밤 뉴욕 증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1.31%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고, 마찬가지로 에너지(-2.92%)와 소재(-1.62%), 산업재(-1.25%) 등 경기민감 업종이 크게 내렸다.

이는 6월 FOMC 이후 미국채 장단기 금리 차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긴축이 감지된 이후 기준금리와 연동된 단기물은 올랐지만, 뜻밖에 장기물은 하락하면서 금리 차는 더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채 30년물과 5년물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인 1.31%포인트를 기록했고 이후로도 더 낮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는 커브 플래트닝은 경기민감 주식에 부정적이다.

문제는 단기물이 오르는 건 ‘기준 금리 조기 인상 신호’로 설명되지만 장기물이 급락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보통은 긴축 초반 국면엔 장기물은 상승을 멈추고 단기물이 오르면서 커브 플래트닝이 진행된다. 장기물까지 같이 하락하는 건 긴축이 거의 다 진행된 막바지 국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돈줄을 다 죌 때쯤엔 시장은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긴축 초반인데도 불구, 장기물이 하락하며 커브 플래트닝이 진행되는 ‘이상 현상’ 탓에, 경기민감주의 하락이 추세적이냐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 장기물 하락의 원인에 성장 둔화란 요인이 껴 있다고 보는지 아닌지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6월 FOMC 이후 실질 단기금리가 반등함과 동시에 기대 인플레가 하락했다”며 “긴축 우려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사실 여기엔 경기 모멘텀 둔화 영향도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금리 하락이 표면적으로는 ‘커브 플래트닝’으로 읽혀 가치주에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채권시장에서 연준이 이번엔 2013년의 정책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단 의미”라며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으나,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는 져버릴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아직 성장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주에 대한 접근도 ‘퀄리티 주식’ 위주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성장주는 희소성이란 가치 때문에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더 주목된다. 퀄리티 주식은 잉여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높고 투하자본수익률이 높은 등 믿을 만한 실적을 내는 기업을 말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물의 하락은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경기 회복 추세도 증가율은 꺾였지만, 그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시장 반응은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담겨 있는 듯한 가운데, 성장주 내에서는 가격 부담이 덜한 퀄리티 스타일이 유리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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