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투자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하루 종일 투자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연세대 가치투자학회 YIG 회장 노동현 씨)
“본인만의 투자 관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논리를 세울 수 있도록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명지대 금융투자 및 기업가치분석 동아리 MIRS 회장 장윤수 씨)
20대 재테크 열풍을 타고 대학 내 투자·금융동아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생들끼리의 모임을 넘어 나름의 체계와 연간 일정을 갖추고 기업분석 활동을 중심으로 가치투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실력이 함께 늘었다고 평가했다.
선발 경쟁률 해마다 오름세...동아리 활동으로 금융권 취업 관심도
한 기수에 10~20여명 정도를 신규 선발하는 투자 동아리의 경쟁률은 주식·가상화폐(코인) 등 투자 열풍과 맞물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YIG를 이끌고 있는 노동현(26·남)씨는 “이번 학기는 경쟁률이 3대1을 넘었고 주식 열풍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2학기에는 4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며 “평소 경쟁률이 2.5대1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확실히 (투자 동아리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MIRS 회장을 맡고 있는 장윤수(24·남)씨는 “지원 양식에 동기를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며 “평소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인원이 많았는데 올해는 주식 투자 자체에 관심이 있어 동아리에 들어오고 싶다는 학생들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장씨처럼 단순 관심으로 투자 동아리에 들어온 후 진로를 결정하게 된 경우도 있다.
장씨는 “사실 (투자 동아리가)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금융권으로 진로를 설정하게 됐다”며 “처음부터 취업을 염두에 두고 들어온 학생들도 있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금융업종에 관심을 갖고 진로방향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은 1000명을 훌쩍 넘겼다.
전국대학생투자동아리연합회(UIC)에 따르면 UIC에 등록(2021년 상반기 기준)된 36개 대학·40개 동아리 및 일반회원 14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누적 회원은 2만명을 훌쩍 넘는다.
기업분석부터 자격증 스터디·리서치 대회 출전까지
대학 투자동아리들은 각자 나름의 진행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활동 체계를 구성한다.
동아리 구성원들을 팀으로 나눠 기업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밸류에이션(valuation)’ 측정을 주로 한다. 이후 팀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세미나 발표 등 결과물로 남기고 있다.
이외에도 신입 기수를 대상으로 각종 금융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 세션을 진행하거나 CFA(공인재무분석사) 등 관련 자격증 스터디를 꾸리기도 한다. 채권·부동산 등 주식 외 자산군과 관련된 활동을 유동적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홍익대 중앙금융동아리 'VOERA' 회장 이주완(26·남)씨는 리서치(기업분석) 활동에 대해 “다양한 기업 중에서 관심 있는 종목을 선정한 뒤 3개월가량 시간을 들여 분석한 후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간 동안 학생들은 기업분석 역량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팀원과의 친목도 굳게 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투자분석대회(IRC) 등 공인 대회를 준비해 출전하기도 한다. 투자동아리 구성원들은 외부 공모전 참가를 통해 동아리의 현재 실력을 확인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명지대 MIRS는 올해 1월 IRC에 출전해 한국 예선에서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장씨는 “MIRS가 밸류에이션 측정과 작성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수상을 하고 나서) 발표 기법 같은 외부로 드러나는 역량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가치투자 학습·끈끈한 관계망 형성이 장점
이들은 젊은 세대가 전문성이 결여된 채 투기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일각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가치투자를 강조함으로써 구성원 스스로의 결정에 근거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장씨는 “보고서 작성이 곧 가치투자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며 “감이나 느낌만을 믿고 투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차트 분석 등 다른 기법을 사용하는 걸 막지는 않지만 본인만의 투자 관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구성원들이 스스로 논리를 세울 수 있도록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동아리 활동으로 통해 올바른 투자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씨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구성원들에게) ‘남들이 투자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지 말자’고 강조한다”며 “단순히 ‘좋아 보이기 때문에 투자했다’가 아니라 그 근거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에 관심 있는 인원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이른 시기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동아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선후배 간 활발한 교류를 통한 끈끈한 친목도 언급했다.
장씨는 “(대학 내 투자동아리는) 보수 없이 열정으로만 활동하는 시기”라며 “사회로 나갔을 때 형성되는 사업적인 관계가 아니라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향후 금융권으로 진출했을 때도 도움이 되는)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현직에 진출한) 선배들이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후배들에게 관심을 갖고, 후배들도 부담 없이 연락해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게 VOERA의 강점”이라며 “도움을 받은 후배들이 또 현직에 나가서 후배들에게 다시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지도교수들 “역량 높아졌지만 투자가 인생의 목표여선 안 돼”
각 동아리를 이끄는 지도교수들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한 결과 역량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투자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MIRS를 지도하고 있는 김희은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동아리에서) 투자 방법론 정도를 배우는 데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직접 투자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지도교수로서 동기부여를 해 주거나 (투자) 방법론을 알려주지만 실제 대회 수상 등은 학생들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결과”라고 칭찬을 더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리는 투자에 대한 논리를 훈련하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는 장이어야 한다"며 "단순히 종목 정보만을 주고받는 식으로 방향이 바뀌면 안 된다”이라고 조언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VOERA의 지도교수이자 선후배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리를 거쳐 금융권에 취업한 40여명의 인원을 직접 관리하며 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것.
홍 교수는 “(대학생들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거시경제 상황, 즉 시장을 열심히 살펴보게 된다”고 투자 열풍의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의 목적은 커리어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일확천금을 노리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기성세대 우려·조언 이해...전문성 키워 적극 홍보하겠다”
대학생들은 투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환영하며 남아 있는 기성세대의 우려를 지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씨는 “먼저 (투자 시장을) 경험하신 분들로서 (투기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조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성 세대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투자 동아리가 깊은 고민 없이 활동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를 진행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보고서를 계속 작성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어 “추후 보고서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우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대학 투자 동아리로서 알맞은 활동 방향이지 않을까 싶다”고 향후 목표를 밝혔다.
노씨도 “어떤 형태로 자신의 자산을 보유할지가 결국 투자 의사결정”이라며 “재산을 보존하고 나아가 증식하기 위해 투자 공부는 필수적인데, 최근 (전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부정적 인식이 바뀌어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