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루브르박물관 살린 ‘창조적 대안’

윤정훈 기자I 2021.02.20 00:05:00

오늘의 원픽 : ‘승자의 협상법’ 3강 ‘적을 만들지 않는 협상법’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민군과 국민의회의 루브르 협상
국민의회, 박물관 활용 등 대안 제시해 시민군 설득
창조적 대안을 활용한 대표적인 역사적 협상 사례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윤정훈 기자]1789년 7월 시작된 프랑스혁명은 루브르궁(현재 루브르박물관)의 운명을 바꿨다. 시민군은 1793년 당시 왕과 왕비였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세우고 처형한다.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의 별궁으로 사용하던 루브르궁 파괴로 이어졌다. 이를 막은 것은 제3신분 대표자에 의해 생겨난 국민의회다.

(자료=강사 제공)
국민의회는 루브르를 왕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이용하는 박물관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분노한 시민군과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는 협상학의 꽃인 ‘창조적 대안’을 활용한 역사적 사례다.

협상전문가인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는 “프랑스혁명 당시 시민군과 국민의회는 루브르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며 “당시 시민군은 궁을 불태우고 창문을 깨고 오물을 투척하며 분노를 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국민의회는 역사적 유물은 후손을 위해 보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며 “시민군을 설득하기 위한 묘안으로 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했다.

루브르박물관(사진=언스플래시)
국민의회의 창조적 대안이 없었다면 루브르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으로 쓰자는 아이디어 덕택에 루브르는 지켜졌다. 이는 협상 양측의 욕구를 모두 만족 시킨 사례다. 이처럼 협상은 창조적 대안을 개발함으로써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창조적 대안을 협상학의 꽃이라 부른다.

류 변호사는 “한국 사람은 협상을 전쟁이라 생각하고 상대를 잡아먹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이런 협상은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루브르 협상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회가 시민군의 핵심 욕구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류 변호사는 “창조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표면에 드러난 요구(Position)보다 이면에 근원적인 욕구(Interest)를 알아야 한다”며 “창조적 대안은 이 욕구의 교집합 영역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군의 요구는 루브르를 불태우고 부수는 것이었고, 국민의회는 이를 지키는 것이었다”며 “요구 차원에서는 합의가 될 수 없었지만, 욕구 차원에서는 루브르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프랑드혁명 당시 루브르궁을 놓고 시민군과 국민의회의 대립 현황(자료=강사 제공)
창조적 대안은 비즈니스에서도 활용된다. 스타트업의 스톡옵션이 대표적 사례다. 스타트업은 핵심인재를 끌어와야 하지만 당장 사용할 카드가 없다. 이에 미래 특정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살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을 활용한다.

류 변호사는 “스톡옵션을 통해 회사는 당장 주식을 주지 않고,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며 “임직원은 지금 열심히 하면 미래에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톡옵션은 창조적 대안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무 협상을 할 때 상대방과 부딪치기 전에 나와 상대방이 양보해서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이 없을까 생각해봐야 한다”며 “성숙한 협상가의 자세로 창조적 대안을 고민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협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 승자의 협상법’ 3강 ‘적을 만들지 않는 협상법’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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