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고액 당첨자, 어떻게 지낼까

박지혜 기자I 2020.10.03 00:10:28

상반기 복권 판매액 2.6조...2005년 이후 최대
명절 연휴때는 터미널, 기차역 등이 명당
로또 1등이라고 항상 행복하지는 않아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믿을 건 로또뿐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불황 속에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62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1%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은 로또 판매액으로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당첨금 월 700만원의 연금복권 판매액도 1년 전보다 68.2% 급증해 855억원에 달했다.

로또는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잘 팔리는 대표적 ‘불황형 상품’이다. 올해 상반기에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로또 당첨에 희망을 건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당연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특히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에는 평소보다 판매량이 증가하며 당첨금이 많게는 약 3배가량 차이가 나 대목을 노리는 구매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절 연휴 때 명당은 ‘터미널·기차역’?

또 추석 전후 토요일 추첨 회차 조사 결과, 이동 인구가 많은 지방 터미널 인근이나 기차역 부근에서 1, 2등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추석 연휴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선례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로또복권 운영사 동행복권은 제930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2등 배출지 22곳 중 3곳이 인터넷 복권판매사이트라고 밝혔다. 해당 회차뿐만 아니라 최근 동행복권이 공개한 2등 배출점에 인터넷 복권판매사이트 비중이 늘고 있다.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로또를 구매해 1~3등에 당첨되면 고액 당첨내역 페이지에서 실명을 확인한 뒤 복권번호와 신분증을 갖고 NH농협은행에 방문하면 된다.

사진=연합뉴스
2002년 12월 7일 1회부터 올해까지 19년 동안 ‘인생 역전’이라는 서민의 꿈을 부풀린 로또는 매번 초대박일 수는 없었다. 최고 1등 당첨금액은 407억2296만원인 데 비해, 최저 1등 당첨금액은 4억5940만 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당첨 후 생활은 액수에 비례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5월, 로또 1등에 당첨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인 242억 원을 거머쥔 50대 남성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사고 사업과 주식에 투자하는 등 더 큰 욕심을 부리며 당첨금을 쏟아부었지만 계획 없는 투자 탓에 5년 만에 거액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재기를 노린 그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투자 전문가 행세를 해 1억4000여만 원을 받아냈지만, 수익은 커녕 원금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서 고소를 당했다. 사기 혐의로 3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경찰에 검거돼 구속됐다.

◇“돈 있으니 행복할 수 있는 기회 생겼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지식in)에 33억 원 당첨자의 ‘1년 반 만’에 후기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지식인에 “지난주에 로또 1등 당첨이 됐다”며 “(당첨금이) 33억7000 정도라는데 제가 아직 대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좋기보다는 겁이 많이 난다”는 글쓴이는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누리꾼의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달 자신의 글에 댓글을 달아 “제 인생은 이날 이후로 많이 달라졌다”고 후기를 전했다.

당첨금에서 세금을 제하고 22억 원 가량의 돈이 있다는 걸 가족에게 알렸다는 그는 “그 돈으로 부모님 빚을 갚았고 부모님께 고향 근교에 전원주택을 지어 드렸고 차를 바꿔 드렸다”고 했다.

이어 “제 몫으론 작년 초 서울 강동구에 10억 가까이 되는 아파트를 매입해두었다. 그리고 얼마 전 시세 차익을 남기고 처분했다. 현재 13억 정도는 은행에 묶어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또 1등 당첨 이후) 확실히 저에겐 예전에 없던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고 학점도 확실히 상승했다”며 “순전히 돈 때문에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있으니 행복해질 기회가 생기더라. 제 글에 들렸던 많은 분도 좋은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행복권 역시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복권에 당첨되면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짜임새 있게 관리하며 행운을 행복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에게 온 큰 행운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것이 아닌,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차곡차곡 든든한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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