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여주인공)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 사과문 중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여 주인공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과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하는 장면’이라는 문구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사과문 보니까 더 화가 난다. 풍자했다는데 저런 사회는 없다”, “여성은 능력이 아닌 귀여움으로 승부보는 사회라는 말 자체가 성차별이자 여성비하”, “어떤 인식을 갖고 있길래 여자주인공을 저런 인물로 그리느냐”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그가 여성 비하의 의도를 갖고 그린 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런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그냥 웹툰 속 인물이 현실에도 있는 나쁜 짓을 한 것뿐인데 뭐가 잘못이냐. 그럼 만화에서 살인, 폭행하는 것도 잡아가야 하냐”, “봉지은이 노답인거지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건 아닌데 왜 논란이냐” 등 웹툰 속 이야기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하지만 여자주인공이 수달처럼 자신의 배에 조개를 얹어서 깨부수는 장면에서 ‘귀여움’을 느낀 독자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사무실에서 게임을 하다 업무 마감을 놓치는 등 불성실하고 무능했던 주인공이 회식 날 스무 살 차이가 나는 팀장과 잠자리를 갖고서 채용된다는 전개도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학왕’이 네이버에서 무료로 쉽게 접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15세 이용가라는 점 때문에 더욱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기안84가 이미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기안84의 웹툰은 과거에도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엿보인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았다.
같은 작품에서도 여주인공이 소주에 얼음을 넣으려 했다고 해서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는 조롱을 듣고, 1988년생인 주인공이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는 말을 듣는 장면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도 꼭 그런 표현을 써야 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기안84의 개성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당황스러울 지점이다. 사과문 속 기안84의 다짐처럼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를 기해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