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넬, 뤼이비통, 구찌, 애플스토어, 월마트, 아디다스 등은 차례로 시위대에 습격당했다. 시위대는 매장 유리창을 깨부수고 기물을 파손했으며 고가의 물건부터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싹쓸이해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혼란한 틈을 타 약탈을 일삼는 이들은 평화시위를 하는 시위대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 인종차별과 경찰의 가혹행위에 반대하는 의식에는 연대하지만 약탈이라는 엇나간 방법에는 공감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불똥튈라’…약탈 피해 밝히지 않는 월마트
그런데 정작 고가의 물건을 몽땅 털리고 있는 대형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하지 않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대기업 브랜드들이 약탈의 대상이 된 것이 단순히 물품의 가격대가 높다는 것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명의 흑인이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사건은 인종차별문제부터 유색인종이 하위층을 지탱하는 불평등 구조에 대한 분노를 불러왔다. 시위대는 명품매장을 턴 후, 벽에 ‘망할 자본주의’ ,‘부자를 없애자’ 등의 문구를 적고 사라지는 식으로 항의했다
그러자 대형 브랜드들은 서둘러 지지 성명을 내면서 타깃이 되기를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번 시위 피해에 대해 “재고 손실 및 물리적 피해가 발생한 점포가 있지만 퍼센트로 따지면 많지 않다”면서 구체적 손실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명품 브랜드들은 약탈 피해를 입은 후 오히려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한다’는 성명문을 냈다.
구찌는 다수 매장 유리창이 깨지고 쑥대밭이 된 후인 지난달 31일 공식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인종차별을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시위를 지지하는 데서 나아가 관련 기부를 약속했다. 모든 직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애도의 날을 보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구찌, 나이키, 아디다스...‘우린 같은 편’
프라다 역시 흑인 공동체가 처한 불의에 분노하고 슬프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밖에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이나 스페인에서 시작해 세계로 퍼진 패션 브랜드 H&M,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응원 메시지도 잇따랐다.
특히 나이키는 브랜드 대표 슬로건인 ‘Just do it(그냥 해)’을 변형한 ‘이번 한 번만은, 하지 마라! (For Once, Don’t do It)‘는 문구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이목을 끌었다.
나이키는 “이번 한 번만은 하지 말자. 미국에 문제가 없다는 듯 굴지 말자. 인종 차별에 등을 돌리지 말자. 무고한 생명이 빼앗기는 것을 받아들이지 말자. 더 이상의 예외를 만들지 말자. 이 일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자. 뒤로 물러서거나 침묵하지 말자. 당신이 변화의 중심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며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자 경쟁 브랜드인 아디다스는 이 캠페인을 공유하며 “행동해라,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동참했다. 또 다른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 역시 “우리는 평등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로 공감을 나타냈다.
|
애플은 도난당한 아이폰을 되찾기 위해 각 기기를 적극적으로 비활성화하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아이폰에 뜨는 경고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메시지는 “애플 월넛 스트리트 매장에 돌려주십시오”, “이 기기는 작동하지 않고 추적당하고 있습니다. 지방 당국에서 경계령이 내려질 것입니다”와 같은 내용이다.
이 같은 경고 메시지는 애플이 이번 시위 전부터 매장에 전시된 아이폰이 도난될 때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특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물건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구매한 휴대전화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반면 팀 쿡 애플 CEO는 “아직도 누구나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것들이 보편타당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와 수백만 명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는 아픔이 있다”며 “고통스러운 (인종차별의) 과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런 아픔에서 함께 일어서기 위해서는 서로를 옹호하고, 오랫동안 지속된 인종차별로 인한 공포와 상처, 분노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애플, “훔친 아이폰 돌려줘” 경고하면서도 “시위 지지”
|
이는 주 고객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존 광고와 화보 등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브랜드는 더 절실하다.
뉴욕타임즈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충돌을 피하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많은 기업이 인종 차별과 경찰의 폭력에 대해 훨씬 더 공공연하게 입장을 드러냈다”며 이는 ‘계산된 결정’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명품 브랜드들의 동참 움직임에 대해 “현재 명품업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연대를 표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유독 이번 사태에서 동참하는 브랜드들이 많은 것은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차별과 경찰의 가혹행위에 반대하는 시위는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브랜드들의 주요 고객층인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과 사회 운동에 관심을 둔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편에 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