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커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전희연(27·여)씨는 미용실에 가기 전 반드시 가격표를 확인한다. 여성 커트, 남성 커트의 가격 차이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전씨는 “머리를 잘 자른다고 유명한 미용실에서 같은 숏커트을 하는데도 여자와 남자의 커트 가격을 다르게 받았다”며 “그 뒤로 성별로 커트 가격 차등을 두지 않는 미용실만 찾아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별을 기준으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미용실 커트 요금을 둘러싸고 여성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적 규범으로 치부했던 ‘꾸밈 노동’에서 해방되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숏커트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여자는 머리가 길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커트 요금 책정이 변화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용실은 여성 커트와 남성 커트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국내 유명 미용실 체인인 ‘이철헤어커커’, ‘이가자헤어비스’, ‘리안헤어’, ‘박준뷰티랩’ 등 역시 대부분의 지점에서 여성 커트 가격이 남성 커트 가격보다 2000~5000원 가량 더 비쌌다.
성별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한 탓에 숏커트 여성이 머리를 살짝 다듬고, 장발 남성이 숏커트을 하더라도 여성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채연(26·여)씨는 “같은 길이, 같은 디자인으로 커트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는 건 명백한 핑크택스”라면서 “성별이 아닌 기장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핑크택스'(Pink Tax)는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라도 '여성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좀 더 비싸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효영(25·여)씨 역시 "최근 헤어스타일에도 성별 구분이 사라졌는데 아직까지 커트 가격은 변함이 없는 것이 의문"이라며 "미용업계에서 젠더리스 헤어 유행을 반영해 커트 가격 책정을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미용사의 입장에서 성별 기준으로 커트 요금을 차등화한 것이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5년 차 미용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세인(27·여)씨는 “대중적인 인식뿐 아니라 실제로 미용실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성 고객은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장발”이라면서 “머리가 긴 만큼 커트 시간도 길고, 더 섬세한 디자인이 필요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숏커트라도 여성과 남성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차이로 인해 커트 기술이 달라지는 것도 가격 차등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김씨는 “남성의 경우 대부분 ‘투블럭’ 스타일을 선호해 투블럭라인을 이발기로 정리하고 나머지 부분만 커트하면 된다"면서도 "여성 숏커트는 바리캉을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잘라야 해 더 난이도 있는 고급 테크닉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커트 비용을 둘러싼 ‘핑크택스’ 논란을 마케팅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미용실도 있다.
전북 전주시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박소린 원장은 인스타그램에 미용실에 홍보 글을 게시할 때, 항상 ‘핑크택스 없는 미용실’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인다.
박 원장은 “탈코르셋을 하는 여성이 많아졌는데 남성과 같은 커트를 하더라도 여성이라고 해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이것이 여성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여하는 핑크택스라는 생각이 들어 성별 간 가격 차등화를 없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가격 정책은 미용실을 방문하는 고객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 원장은 “남녀 상관없이 어깨 위 기장이라면 같은 커트 가격을 받는다고 설명을 하면 핑크택스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던 고객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