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동 입주폭탄에… 서울 전역으로 번진 전셋값 급락

김기덕 기자I 2019.01.21 04:30:00

헬리오시티發 전셋값 하락세 서울 전역 확산
강남 4구 중심 입주 물량 몰리며 약세장 주도
강남권 인근 하남·성남시 등 수도권도 영향
강제경매 신청도 증가 "깡통전세 나타날 수도"

서울 강남구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물량 앞에 장사 없다.’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발(發) 전셋값 하락세가 주변 지역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역전세난(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사례가 지방을 넘어 서울 등 수도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3%로 내리며 지난 2008년(-1.75%)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최근 5개년 전셋값 평균 상승률(6.06%)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 전셋값 약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월 첫째 주(1월7일 기준)와 둘째 주(1월 14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각각 0.12% 하락했다. 특히 강남4구는 올 들어 -0.2~0.3%대 약세를 보이며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한국감정원 제공(단위: %)
이같은 현상은 각종 규제로 주택시장에 역대급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어서다. 대출 규제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의 전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 4월 1월까지 입주하는 헬리오시티(9510가구)를 시작으로 △강남구 ‘래미안 블레스티지’(2월·1957가구) △강동구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6월·1900가구) △서초구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6월·475가구) △강남구 ‘디에이치 아너힐즈’(8월·1320가구)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9월·4932가구) △송파구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11월 697가구) 등 강남권 단지들이 줄줄이 집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송파구 G공인 관계자는 “불과 3개월 전 7억원대에 거래되던 헬리오시티 전용 84㎡형은 최근 5억7000만~5억8000만원에 내놓아도 매수자들이 많지 않아 아직 전세 물건 600여개가 남아 있다”면서 “입주 시기가 끝날 때까지 잔금을 완납 못하면 10%에 달하는 높은 연체이자율이 붙기 때문에 급한 건 집주인이다. 좀 더 가격이 하락할 때 까지 지켜보자는 예비 수요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헬리오시티 입주에 따른 전세값 하락세는 인근 강동구와 하남시와 성남시 등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1월 둘째 주 강동구 전셋값은 -0.16%로 직전 주(-0.8%) 보다 두배로 낙폭을 늘렸다. 하남시와 성남시도 각각 -0.04%, -0.11%로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 째 하락 중이다. 강동구 K공인 관계자는 “올 여름 이후 입주할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나 고덕 그라시움 등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의 경우 벌써부터 전세 물량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세입자들의 강제경매 신청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강서구 화곡동 D아파트는 강제경매에 들어가 감정가(2억4600만원)보다 4900만원 낮은 1억96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주택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2억원이다. 경매에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 깡통 전세인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전세시장 메커니즘은 자본 이득을 기대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세입자로부터 무이자 대출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며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주택 거래 실종 상황에서는 매매값보다 전셋값이 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