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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위 조직 개편 방안을 담은 개정령안이 통과됐다. 소비자 정책을 담당하던 중소서민정책금융관은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되고 금융분야 혁신을 지원할 금융혁신기획단도 2년 기한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는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금융감독과 금융정책 분리 기조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금융위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대비해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이번 정부의 대선공약이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개편안에 따라 조직이 분리되거나 심지어 해체까지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꾸준히 필요성을 주장한 민병두 위원장과 관련 법안을 발의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민 의원은 후반기 정무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위기를 느낀 금융위가 개편 방안으로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정무위 한 여당 관계자는 “당초 헌법 개정과 맞물려서 전체적인 조직개편에 맞춰 진행을 예상했지만 개헌 논의가 야당 반대에 부딪혔고 조직개편 작업도 멈췄다”며 “이번 금융위 직제개편이 최근 개헌 딜레이를 틈타 세를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이에 금융위는 조직개편안에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며, 작년 대통령 국정과제에서 나온 금융소비자 전담기구 설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정무위는 여당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처리에 강경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금융위가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감독체계 개편안과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통과가 보류됐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분위기는 희석되고 있다. 민 위원장이 위원이었던 시절과는 달리 여야 주장을 모두 고려해야 위치에 오른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헌법 개정안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이에 발맞춰 개편을 추진하려던 계획도 힘이 빠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윤석헌 금감원장이 교수 시절부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삼성증권과 삼성바이오로직스건과 각종 개혁안으로 시급한 일이 많아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정무위, ‘핫이슈’ 산적…금융위 정례회의 하루 미뤄
이번 정무위는 후반기에도 여전히 굵직한 경제 이슈로 채워질 전망이다. 상견례 자리로 마련된 25일 전체회의에서도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각 위원들의 입장과 여야 간 신경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원구성을 통해 소폭 ‘물갈이’가 된 만큼 주요 현안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과 지난달 말 일몰 시한이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부활, 은행 대출금리 문제 등 굵직한 이슈를 놓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금융위는 업무보고 일정이 잡힘에 따라 예정됐던 25일 정례회의를 26일로 미룰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SK증권의 매각건을 비롯해 삼성증권 징계 수위 등이 심의·의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