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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조각가 박석원(76). 반세기를 추상조각만 해왔다. 묵직한 한길이었다. 육중한 돌과 철, 구리와 함께한 세월이니. 그나마 가벼운 것이라면 나무덩이고 스테인리스스틸이라고 할까.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란 타이틀은 자연스러웠다. 한국전쟁의 상처·폐허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철의 본성과 결합해 ‘파격’이란 평가를 받은 ‘초토’(焦土)가 1968년 당시 최고 권위의 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하면서다.
연작 ‘적의’(積意)는 ‘초토’가 시작점이다. 중간단계 ‘적’(積)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물질을 절단해 쌓거나 절단한 것을 또 절단해 해체하는 ‘분절’의 ‘적’이, 하나하나 쌓다가 마음까지 덧붙인 ‘결합’의 ‘적의’로 변주된 과정이다.
‘적의 15029’(1971∼2015)는 화강암 고흥석을 잘라낸 뒤 철로 만든 링 위에 포개 올린 작품. 디지털시대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내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서 여는 ‘박석원 전’에서 볼 수 있다. 화랑 개인전은 12년 만이고, 노화랑에선 16년 만이다. 고흥석·철 링. 95×26×26㎝. 작가 소장. 노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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