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형상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악지형이 많아 적의 기습공격은 용이한 반면 방어는 쉽지 않다. 특히 저고도 기습공격을 방어하기 어려운 지형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국가 주요 시설을 저고도로 공격해 오는 적기로부터 방어하는 방공체계의중요성은 매우 크다.
우리 군은 1954년 고사포대대 창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공체계 구축에 나섰다. 1964년에는 미국으로부터 지대공 유도무기인 ‘호크’(중거리)와 ‘나이키’(장거리)를 도입해 주한 미군의 방공 전력과 함께 운용했다. 1970년대에는 ‘발칸’과 ‘엘리콘’ 등 대공포를 도입하는 등 방공체계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이에 맞서 북한은 1970~1980년대 AN-2기 등을 이용한 저고도 침투 능력과 전자전 능력을 향상시켰다. 한층 강화된 무장 헬리콥터 500MD의 원거리 공격 능력은 아군의 야전기동부대에 큰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우리 육군은 그동안 취약했던 고도 5km, 사거리 10km의 공역 방공을 위해 발칸, 자주대공포,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등을 혼합 편성하는 방공개념을 정립하고 1982년 4월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초의 국산 지대공 무기 개발 사업인 ‘천마’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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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 개발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980년대 초 지대지 유도탄 ‘현무’와 함대함 유도탄 ‘해룡’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방침에 따라 국산 무기 개발을 본격화하던 시기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국내 개발보다는 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무기 도입 정책이 바뀐 탓이다. 당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던 현무와 해룡 등 모든 유도무기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ADD 규모 축소 방침으로 소속 연구원들이 옷을 벗었다. 천마 개발 역시 없던 일이 됐다.
반전의 단초는 북한이 제공했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한 북한의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버마 아웅산 테러사건’이다. 우리 측 정부 인사 등 17명이 사망한 이 사건을 계기로 국산 무기 개발이 재개됐다. 현무와 해룡 개발 경험을 갖고 있던 ADD는 1984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다시 개발 가능성 검토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국산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KSAM) 프로젝트가 재개됐다.
ADD 관계자는 “향후 호크와 나이키 등 해외에서 들여온 무기 체계의 성능 개량과 해외기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내 방공무기 체계 개발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군·산·학·연 공동 프로젝트 ‘천마’
천마의 임무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의 항공기를 파괴해 주요시설에 대한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탱크부대 등 기동부대를 적의 항공기로부터 방어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대지 유도무기 개발에 치중해 지대공 유도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레이더 기술이 취약했다. 특히 기동성을 요구하는 지대공 유도무기에 대한 개발 경험은 전무했다.
그러나 ADD는 지대지 유도무기 개발을 통해 구축한 초음속 풍동실험실, 추진제공장, 구조실험실 등 충분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었다. 유도탄 설계에 필수적인 유도탄 형상설계 기술을 비롯해 유도조종장치·사격통제장치·탄두 및 추진기관 설계 기술 등도 보유하고 있었다. ADD가 지대공 미사일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탐지레이더와 추적레이더 등 탐지추적장치는 해외기술 도입 형태로 개발하기로 했다. 1987년부터 2년간의 분야별 기초연구를 거쳐 1989~1994년까지 선행개발을 진행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우리 연구진은 체계개발을 거쳐 1999년 천마 양산을 시작했다.
천마는 최초의 국산 지대공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여서 국가적 관심사였다. 이 때문에 국방부에 ‘천마사업단’까지 꾸려졌다. 여기에는 ADD의 40여개 연구실 뿐만 아니라 13개의 방위산업체, 11개 연구기관 및 대학교가 참여했다. 2002년 처음 야전에 배치된 천마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11년 수도권 및 전방 군단을 마지막으로 전력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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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표적을 탐지하는 탐지레이더와 교전 표적을 추적하는 추적레이더, 사격통제장치, 발사대, 유도탄 등이 궤도차량에 탑재된 대공유도무기 체계다. 소형 전투기 등 표적을 20㎞ 밖에서부터 탐지·추적할 수 있다.
유도탄의 유효사거리는 10㎞나 된다. 주로 고도 5km 이하의 저고도 방공임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탐지추적장치는 저고도에서도 탐지·추적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됐다. 탐지레이더를 이용해 20Km 안의 저고도 비행물체 12개를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또한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전자전 대응 능력도 갖추고 있다. 총 8발의 미사일이 장착되는데 미사일 발사 속도는 마하 2.6이다.
교전 방식은 탐지레이더가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표적이 지정되면 추적레이더가 표적을 추적한 뒤 유도탄을 발사하는 형태다. 사격통제장치에서 유도탄을 발사하면 유도탄이 추적레이더가 표적을 바라보는 시선 내에 위치한다. 추적레이더는 표적과 함께 유도탄을 추적하며 사격통제장치에서 계산한 유도명령을 유도탄으로 송신한다. 유도탄은 유도명령을 수신해 표적을 격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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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천마의 차체는 육군의 주력 장갑차인 ‘K-200’의 차체를 이용해 개발됐다. 전차부대 등 기동부대를 방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경우 이와 동일한 기동력을 갖춰야 한다. 천마는 궤도 차량 기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 지형에서 운용하기 안성맞춤이다. 시속 60㎞로 이동할 수 있다. 주·야간은 물론이고 전천후 조건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ADD 관계자는 “천마 개발을 통해 확보된 기술과 개발 경험은 이후에 개발된 신궁, 천궁 등 지대공 유도무기의 개발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