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창(39) 핸즈코퍼레이션 회장은 모터스포츠와 튜닝 시장 가능성을 묻자 “물론 당장은 돈벌이가 안 되지만 5~7년 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렇게 반문했다.
아시아 1위, 세계 5위권 알루미늄 휠 제조사인 핸즈코퍼레이션은 올 들어 국내 최대 아마추어 자동차 경주 대회인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지난 10~11일에도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시즌 5차전을 열었다. 내년 대회 개최도 이미 확정했다. 총상금 1억원을 내건 무제한 튜닝카 레이스도 신설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5위 생산국이지만 모터스포츠와 튜닝 시장만 보면 불모지나 다름없다. 수년 전 포뮬러원(F1)도 열렸고 각종 대회도 늘었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마니아의 전유물이다. 이런 가운데 핸즈코퍼레이션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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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창 회장은 “멀리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터스포츠 인구를 늘리다 보면 자연스레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추어 선수는 물론 보통의 직장인도 주말에 차를 갖고 놀 판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레 유능한 선수가 나오고 튜닝 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 대회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를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프로 무대에 들어가면 보잘것없는 현재의 파이를 키우려 하기보다는 서로 나눠 먹으려 싸우고 있다.
승 회장은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다. 참가 선수, 후원사와 계속 의견을 나눈다. 상금을 늘리거나 대회 구성을 바꾼다. 시상식 때 입상자 외에는 다 집에 가는 걸 막고자 경품 이벤트도 최근 새로이 도입했다.
승 회장은 “당장 대회 개최가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후원사를 유치한 덕분에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터스포츠 판이 커지면 핸즈코퍼레이션이 준비하고 있는 튜닝 시장도 자연스레 커진다.
핸즈코퍼레이션은 최근 튜닝용 마그네슘 휠 MG0400과 알루미늄 휠 PR0004을 내놨다. 한국자동차튜닝협회 선정 제1호 자동차 튜닝 부품이다. 특히 마그네슘 휠은 기존 알루미늄 휠보다 무게가 절반도 안 되는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됐다. 19인치 기준 마그네슘 휠은 10㎏으로 보통의 알루미늄 휠 14㎏보다 4㎏ 가볍다.
이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0.001%도 안 된다. 대부분 매출은 완성차 회사를 위한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휠에서 나온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를 알리는 무형의 이익은 크다는 게 승 회장의 설명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기업공개(IPO), 즉 상장 계획도 있다.
승 회장은 “중국 자동차 휠 회사가 앞다퉈 알루미늄 휠 공장을 깔고 있다. 우리가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가치로 앞서나가지 않으면 순식간에 밀릴 수 있다”며 자체 브랜드의 고급 제품 개발의 의미를 강조했다.
승 회장은 모터스포츠와 애프터마켓 시장을 키우기 위해 회사 내에 ‘핸즈 프라임’이란 부서를 최근 신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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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나 자동차 튜닝이나 아직 성숙 시장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움도 있다. 당장 튜닝 관련 협회도 두 개다. 국토부 주도의 한국자동차튜닝협회와 산업부 주도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가 있다.현재로선 현장의 튜닝업체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현장의 어려움은 이뿐 아니다. 자동차를 튜닝하면 자동차 제조·수입사는 보증수리를 안 해준다. 자동차 경주를 위한 보험상품도 없다. 레이싱 대회 운영사와 참가 팀·선수의 비용 부담은 그만큼 크다.
승 회장은 “레이싱 팀을 운영하는 어느 기업 대표가 직접 대회에 나갔더니 ‘회사 돈으로 개인 취미를 했다’며 세무조사를 받더라”며 “수많은 국내 부품사 대표와 직원이 자동차 경주에 나가면 시장이 커지고 그게 창조경제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도 매번 대회를 참관하고 직접 서킷을 달려보기도 했지만 대회에 참가하지는 않는다.
제조업에 대한 무관심도 국내 제조산업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는 “중공업·제조업은 IT기업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나라에서도 말로는 제조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론 제조업을 가장 많이 규제한다. 안 그래도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훈 ‘해보셨습니까’..정주영 명예회장에 감명
많은 국내 제조기업이 그렇듯 핸즈코퍼레이션의 경영 상황도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지난해 매출은 5746억원으로 전년보다 12.7% 늘었다. 그러나 환율 악영향으로 2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3년 영업이익도 66억원으로 매출(5098억원)의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핸즈코퍼레이션도 연간 생산량을 2009년 560만개에서 올해 1500만개로 늘렸다. 그러나 중국 업체의 생산량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승 회장은 “중국에선 하루에도 휠 주조기가 몇백개씩 늘고 있다”며 “생산량만 보면 당장 5위라는 것도 불확실하고 1년 내 50위권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이 고급 튜닝제품 시장 등 신사업 개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력을 키우다 보면 제품 전체 품질도 올라간다. 특히 지난해 폭스바겐에 휠을 신규 납품할 땐 한번에 A등급을 받았다. 부품사가 완성차 회사 부품 납품 때 한 번에 A등급을 받는 것은 흔치 않다.
핸즈코퍼레이션은 2012년부터 일본 스즈키, 다이하쓰, 닛산, 독일 폭스바겐, 미국 포드, 크라이슬러 등 다양한 해외 완성차 회사에 휠 납품을 시작했다. 수출 비중도 현재 약 42%로 늘었다.
핸즈코퍼레이션의 사훈은 ‘해보셨습니까’다. 승현창 회장이 직접 정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하면 된다’를 벤치마킹했다.
알루미늄 휠보다 무게가 두 배 가벼운 마그네슘 휠 개발도 20년 전 실패해서 묵혀 뒀던 아이디어를 ‘하면 된다’ 정신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생산직 직원과 술을 마시며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도 정 명예회장과 닮았다.
승 회장은 직원이 어떤 제안을 해서 회사가 이익을 보면 그 이익의 12분의 1, 최대 2000만원까지를 해당 직원에게 주는 제도를 회사에 도입했다. 나머지 12분의 5는 직원 복지와 투자에 쓰인다. 승 회장은 “처음엔 부정적으로 보던 경쟁 부품사도 나중에 슬며시 벤치마킹하더라”며 웃었다.
한편 핸즈코퍼레이션은 승 회장의 부친인 고 승건호 씨가 1970년 설립한 동화합판(75년 동화상협으로 사명 변경)을 모태로 한 회사이다. 80년대 초 휠 제조를 시작해 90년대 국내 자동차 산업 성장과 함께 현재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승현창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 비즈니스스쿨 유학 후 2004년 입사해 2012년 대표이사(회장)이 됐다. 해외 시장을 고려해 그해 사명을 핸즈코퍼레이션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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