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新노블리스 오블리주]공무원 기부금품 모집 불가?…과거 법조항이 걸림돌

김상윤 기자I 2015.10.06 03:00:00

세계 경제 10위권 한국, 기부 순위는 33위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의 기부 행위 적어
법상 공무원의 기부모집행위 엄격한 제한
美 연방정부 공무원 직접 기부모집 허용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천 년을 관통한 철학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였다고 강조한다. 로마의 귀족 등 사회지도층은 전쟁이 참여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금쪽같은 재산을 사회에 흔쾌히 내놓았다고 한다.

로마인의 기부문화는 수천년간 이어져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의 기부 문화는 인색한 편이다. 세계 경제 10위권인 한국은 기부 부문에서는 2014년도 영국 기반의 채리티 에이드 파운데이션 (Charity Aid Foundation)의 월드 기빙 인덱스 (World Giving Index) 리스트에서 135국 중 41위에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4 국내 나눔실태 결과’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기부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부족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사회지도층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공무원의 행동이 공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솔선수범해서 기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이 기부행위를 얼마나 하는지는 정확하게 통계로 잡힌 게 없다. 다만 다른 직군에 비해 공무원의 기부 행위는 많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기부금단체 관계자는 “개인 기부가 소폭 늘긴 하지만 30대 기업 경영주나 고위 공무원 출신들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재벌을 비롯해 사회지도층 출신들의 기부는 외국처럼 많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개인적 기부는 이뤄지긴 하지만 공무원이 직접 기부금품 모집을 할 수 없도록 막혀 있는 점도 기부 문화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ㆍ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ㆍ출연하여 설립된 법인ㆍ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장영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과거 한국 정부는 부패 공무원들이 기부금을 사취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부를 통제하는 법을 정했고, 이 전통이 이어지면서 공무원의 기부모집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 외국에서는 공무원들이 직접 기부모집 행위도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통합 직장기부캠페인(CFC)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 시절 기존에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기부 관련 행위가 비리 등이 발생하자 이를 통합했다.

연말이 되면 미 연방 공무원은 받는 급여의 일정부분을 자동으로 기부하는 약정을 맺는다. 캠페인 행사를 열고 세계 여러 자선단체들이 홍보물을 가져와 CFC에 단체 소개를 하고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2012년 기준으로 약 100만명의 연방공무원이 CFC를 통해 기부를 했고 총 2억5300만달러를 모금했다. CFC는 미국의 기부문화가 확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그간 공무원의 기부모집 행위를 엄격하게 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민감한 부분도 있어 전반적인 기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국회의원 의정활동 공천에 반영해야"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본회의 재석률 1위 김한표 의원 인터뷰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책임' '제재' 없는게 정치인의 진짜 특권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법안투표 땡땡이 치는 중진 의원님들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한국인 포기하겠다"는 아들 방치하는 공무원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공익보다 잇속 챙기는 관료사회
☞ [新노블리스 오블리주]공무원 기부금품 모집 불가?…과거 법조항이 걸림돌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