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26일 가짜 백수오 원료인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혐의를 받은 내츄럴엔도텍을 불기소했다.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이 고의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에 백수오 원료를 납품한 영농조합에 속한 재배농가가 백수오 원료를 조합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엽우피소가 섞인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업계는 내츄럴엔도텍이 자체적으로 이엽우피소를 걸러내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정부의 무책임한 관리체계가 가짜 백수오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한 식품·제약업체들이 가짜 백수오를 사용한 이유는 백수오와 이엽이피소를 분별해내는 관리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0월 생약규격집 개정을 통해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분하는 유전자 분리 및 증폭반응 시험법을 도입했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가짜 원료를 구분하는 관리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가짜 원료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역부족”이라고 항변한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안구분이 어려운 원재료는 진위 판별기준과 시험법을 마련하고 자가품질검사 의무 검사항목으로 선정·운영하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사전에 이엽우피소의 혼입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실제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2006년 농촌진흥청에 이엽우피소의 공식 식물명을 붙일 것을 건의했다. 당시 산림청은 “이엽우피소가 영주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계속 재배되고 있으며 자생 큰조롱에 비해 잎이 크고 넓어 국명을 ‘넓은잎 큰조롱’으로 명명하고자 한다”고 요청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8년 “국내 유통되는 백수오 중 일부가중국에서 도입된 이엽우피소인 것으로 판별됐고, 재배면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정확한 품종 구별에 대한 개별지도 및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는 2010년 4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을 인정했는데, 이미 이엽우피소의 재배 위험성이 제기된 이후다.
결국 정부의 미흡한 가짜 원료 대처로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한 셈이 됐다.
내츄럴엔도텍의 경우 가짜 원료혼입에 대한 고의성 책임은 벗어나게 됐지만 이미 백수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매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매출 1241억원 중 84.1%인 1044억원을 백수오 관련 사업으로 올렸다. 더욱이 식약처가 내린 제조업무정지 2개월 처분도 오는 7월28일까지 유지된다.
이엽우피소가 극미량 첨가된 ‘백세주’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인한 대표적 피해제품이다. 백세주는 유통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구입한 원료 500㎏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돼 매출에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백세주는 회수대상이 아니었지만 국순당 측이 “과거 사용한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자발적 회수를 결정했다. 회수대상은 약 170만병으로 소비자가격 기준 100억원이 넘는다. 백세주 한 병에 첨가되는 백수오 함량은 0.001%에 불과하지만 회사 측은 신뢰도 하락과 이미지 추락을 차단하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도 농가에서 이엽우피소를 재배한다는 사실도 인지했으면서 이제와 기업들에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피해자다. 직장인 김영현씨(38)는 “홈쇼핑에서 백수오 제품을 구매해 어머니께 드렸는데, 진품인지 여부도 확인이 안돼 환불은 포기했다”면서 “앞으로 백수오 제품을 또 다시 구매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백수오 제품 판매업체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관리 실태가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자가품질검사결과 부적합 업자에 대한 처분도 강화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인증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상당수 건강기능식품이 빈약한 연구 자료를 근거로 기능성을 인정받으면서 마치 의약품처럼 팔리고 있다”면서 “엄격한 수준의 평가를 통해 기능성이 부족한 제품은 퇴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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