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에서 만난 20대 점장들.."청년실업, 남의 얘기"

최은영 기자I 2015.04.28 03:00:00

기회는 공평하게, 평가는 실력대로
고졸 입사 5년차 점장 수입, 대기업 초봉 수준
"유니클로요? 젊은이들이 꿈을 입는 곳이죠."
연매출 1조 눈앞..비결 어디 있나 했더니 ''인사가 만사''

2015년 에프알엘코리아 신입사원들이 인턴 연수를 받고 있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한국진출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인사 제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을 연애·결혼·출산에 이어 인간관계와 주택구입, 꿈과 희망마저 접었다는 의미에서 ‘칠포세대’라고 부르지만 유니클로에서 만나 20대 점장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확신했다.

이만기 유니클로 울산동구점 점장이 매장을 둘러보며 스태프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회사에서 대학생활, 대기업 입사한 셈”

“경기 불황에 청년실업이 문제라는데 사실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요. 우리 회사는 일할 사람을 늘 찾고 있거든요. 한국진출 10년 만에 매장수가 145개를 넘었고,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채용기준이 까다롭지도, 근무조건이 열악하지도 않아요. 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이 꿈을 입는 곳이죠.”

얼마 전 새롭게 문을 연 유니클로 홈플러스 울산동구점 운영을 맡고 있는 이만기(28) 점장의
말이다. 2010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스태프로 입사해 2년 만에 정사원이 된 뒤 2014년 6월 롯데백화점 울산점 점장으로 승진했다. 이 점장은 “신 점포를 얼마 전 오픈했는데 첫 주 주말 3일간 매출이 기대치를 훌쩍 넘었다”면서 들뜬 목소리로 성과를 자랑했다.

대학에 대학원까지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점장은 고졸 학력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유니클로에 입사하며 안정을 찾았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에요. 저도 패션용어 하나 모르고 입사해 30~40명을 관리하는 점장이 된 걸요. 입사 4년차였던 지난해 따져보니 연봉에 반기에 한 번씩 주는 평가 상여, 연말 인센티브 등을 합해 대기업 초봉 수준의 급여를 받았더군요. 그러니까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4년제 대학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셈이죠.”

이 점장은 “지방근무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회사에서 집도 마련해줬다”라면서 “하루 8시간 근무하는데 이를 초과하면 1분 단위로 추가 수당을 줄 정도 땀 흘려 일한 것에 대한 댓가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칠포세대? 하나도 포기 못해”

유니클로에는 이처럼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이는 내복을 ‘히트텍’이라고 이름 붙여 파는 탁월한 기획·마케팅 능력, 거품을 뺀 착한 가격 등과 더불어 유니클로가 한국에 상륙해 지난 10년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유니클로는 지난
해(8월 결산 기준) 국내에서 9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는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최고 기록으로, 올해 업계 최초로 1조 브랜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니클로의 인재 중심 경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정보공개시스템(OPNI)에 따르면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30대 그룹 계열사 중 고용창출 기여도에서 2년째 9위를 지키고 있다. 상위 10대 회사 중 패션회사는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유니클로는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가치관 아래 ‘완전 실력주의’ ‘전원 경영’ ‘글로벌 원(ONE)’의 인재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학력, 성별, 나이, 근속 연수 등의 표면적 조건 대신 철저하게 실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평가한다. ‘신입 대졸 공채’가 아닌 ‘점장후보자’(UNIQLO Manager Candidate) 전형을
오전 8시30분. 매장 오픈 전 조회를 하고 있는 최민석 유니클로 강남점 점장.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 세계의 모든 유니클로 직원이 하나의 팀이라는 생각으로, 직원 모두가 경영자라는 생각으로 일할 것을 강조한다. 해외 주재 파견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입사 8년차 최민섭(28) 강남점 점장은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 유니클로에 입사해 많은 것을 이뤘다”라며 “안양점에서 일할 때 부점장과 스태프로 연을 맺은 여자친구와 두 달 전 결혼했다. 8년간 일한 돈으로 일산에 66㎡(20평)대 자그마한 아파트도 장만했다. 사원번호 1200번, 입사할 때는 몰랐는데 그 순간이 내게는 복권당첨이었던 셈이다.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한국에는 아직 없는 직급인데 유니클로 프랜차이즈체인(FC)의 사장이 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유니클로는 차별 없이, 노력한 만큼의 기회를 늘 줬거든요. 그러한 점을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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