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너의 마음) 이젠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될까? 3조원 정도면 될까?”(페이스북)
“됐거든.”(스냅챗)
IT(정보기술)업계 졸부 페이스북군(이하 페군)는 지난해 보기좋게 차였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업계 ‘핫(hot)’한 처자 스냅챗양에게 딱지를 맞은 것이지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금맥을 발견한 페군은 IT 동네 유명한 바람둥이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수 많은 여성들에게 추파를 보내곤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인심도 후한 편입니다. 넉넉한 자금 덕분에 페군은 인스타그램이라는 조그마한 주막을 1조원에 사들이는 재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페군은 IT동네에 쓸데없이 거품만 키웠다고 욕을 먹곤 했지요.
그러던 페군은 스냅챗이라는 여성이 운영하는 클럽에 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스냅챗양에게 홀딱 반했지요. 스냅챗양은 10~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스냅챗양은 요염한 자태로 수많은 부자 총각들을 홀렸습니다.
당시 페군은 마침 SNS 금맥이 바닥을 보일까 노심초사 하던 때였습니다. 특히 10~20대 젊은층이 고객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어 걱정이 컸습니다. 페군은 스냅챗양과 결혼하고 새롭게 ‘모바일메신저’라는 클럽을 차려볼까 사업 구상을 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모이면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스냅챗양은 이런 페군을 거절합니다. 3조원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페군 말고도 많은 부자들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터라 페군과 일찍 결혼해 ‘유부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페군은 ‘나쁜 남자’의 면모를 보입니다. 스냅챗양에게 자신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슷한 클럽을 세워 스냅챗양이 있는 클럽을 망하게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입니다. 콧대 높은 스냅챗 양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나쁜남자’ 페군은 지난 6월 진짜 자신의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스냅챗 양과 비슷하게 생긴 아가씨도 고용했고요.
“널 부셔버릴꺼야”라며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를 파멸시키기 위한 ‘복수’에 들어간 셈입니다. 19조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로 와츠앱이라는 아까씨와도 결혼했습니다. 스냅챗에게서 받은 상처를 잊기 위해서지요.
마음이 급해진 것은 스냅챗 양입니다. 올해 들어 IT동네에 주가 하락이라는 불황이 잠시 불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흥청망청 놀아 거품이 쌓였다는 자성론이 나온 것이지요.
3년 넘게 공짜로 클럽을 운영하다보니 쌓이는 것은 적자뿐이었습니다. 스냅챗 양은 돈을 벌 줄을 몰랐던 것이지요. 술을 본격적으로 팔아볼까 생각도 했는데 기존 손님들이 빠져나갈까봐 걱정도 됩니다. 가끔씩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들곤 합니다.
이 때 태평양 건너 ‘중국의 갑부’ 알리바바가 등장합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교업계 데뷔를 앞두고 있는 알리바바씨는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동네 진출을 앞두고 자기 사람 만들기에 나선 것이지요.
알리바바씨도 절세미인 스냅챗양이 있는 클럽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라이벌 텐센트가 위챗양을 영입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자극이었습니다.
알리바바도 클럽을 운영해봤지만 그렇게 인기를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냅챗 양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돈이 필요한 스냅챗양과 알리바바씨가 친구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할 지, ‘나쁜남자’ 페군의 ‘복수’가 성공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IT업계 막장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설
스냅챗은 미국 10대들이 많이 쓰는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입니다. 송신된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돼 야한 메시지나 사진을 보낼 때 많이 씁니다.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고 싶은 10대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에서 이탈해 스냅챗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30억달러에 스냅챗 인수 제안을 합니다.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지에 따르면 마이클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자신들의 제안을 거절하면 스냅챗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답니다. 인수제안 실패후 실제 슬링샷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그러던중 알리바바는 스냅챗과 투자 협의를 하게 됩니다. 뉴욕증권거래소(IPO)를 앞두고 미국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몸값 불리기에 나선 셈입니다. 텐센트 같은 라이벌과의 경쟁도 의식했습니다.
이외에도 알리바바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줄잡아 20곳 이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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