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올들어 최대 하락세를 기록했던 뉴욕증시가 하루만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는 반등세를 보였다. 경제지표 호조와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99.22포인트, 0.71% 상승한 1만3979.30으로 장을 마감하며 다시 1만4000선 탈환을 눈앞에 뒀다. 나스닥지수도 40.41포인트, 1.29% 오른 3171.58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15.58포인트, 1.04% 뛴 1511.29를 기록했다.
개장전 발표된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1월중 민간 경제활동이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심리를 살렸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12월 집값 상승률이 최근 6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 1월 ISM 서비스업 지수 역시 예상치를 상회하는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서비스업 경기 확장세를 재확인시켜 줬다.
아울러 앨리 파이낸셜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였고, 얌 브랜즈와 켈로그, 브리티쉬 페트롤리엄(BP)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도 지수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모든 업종들이 상승한 가운데 특히 전날 급락했던 기술주가 다시 힘을 내며 반등세를 주도했다. 이날 창업주인 마이클 델과 사모펀드에 244억달러로 매각 합의한 델이 1% 이상 상승세를 보이며 기술주 랠리를 이끌었다.
실적 호조의 주인공인 얌 브랜즈는 오히려 중국에서의 동일점포매출이 감소했다는 악재로 인해 3% 가까이 하락한 반면 예상보다 적은 분기 적자를 기록한 켈로그는 1% 가까이 올랐다. 또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한 BP 역시 1.44% 주가가 상승했다.
그러나 신용 평가사인 S&P의 모회사인 맥그로우-힐은 미국 법무부로부터 제소를 앞두고 이틀 연속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는 11% 가까이 추락했다.
◇ 오바마, 의회에 재정지출 자동삭감 연기 요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로 다가온 재정지출 자동 삭감조치, 즉 ‘시퀘스터(sequester)’를 늦추기 위해 의회에 단기 예산안을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 에너지, 국가안보 등을 망라한 무차별적인 대규모 재정지출 감축은 일자리를 없애고 경기 회복을 더 늦추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자동 재정지출 감축이 현실화되는 만큼 이를 늦추기 위해 시퀘스터 발동 시기를 늦추는 대신 단기적인 예산 감축과 세제 개혁안을 담은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언급했던 ‘스몰 패키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밝히지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백악관은 시퀘스터 발동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스몰딜(small deal)’이 성사될 경우 의회가 보다 근본적인 재정적자 감축에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는 최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백악관과 민주당에 재정지출 삭감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실제 시퀘스터가 발동되도록 내버려 두자는 강경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미국민은 세금 인상을 전제로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백악관은 신속하게 시퀘스터를 막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델, 26조원에 팔렸다..델 창업주 경영권 재확보
세계 3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이 결국 244억달러(26조5000억원)라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LBO(차입인수) 방식을 통해 사모펀드(PEF)에 매각됐다.
델은 이날 회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델이 사모투자펀드인 실버레이크와 함께 총 244억달러 규모에 회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델 CEO는 30년전 회사를 처음 창업한 이후 다시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에 델 CEO와 실버레이크는 델 주주들로부터 주당 13.65달러에 주식을 사들인다. 전액 현금으로 지급되는 인수대금은 인수합병(M&A) 루머로 델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지난달 11일 종가 10.88달러에 25%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MS)사도 이번 투자에 2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MS는 이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시장에서 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델 창업주가 보유한 현금과 주식, 실버레이크의 현금, 델 소유인 MSD캐피털 인베스트먼트의 현금과 MS사의 융자금 20억달러, 그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크레디트스위스, RBC캐피털마켓이 조달하는 부채 등을 합친 복잡한 구조다.
다만 쇼 우 스턴에지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각은 이사회 승인을 받았지만 사실상 프리미엄이 없는 이번 거래를 주주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 美 서비스업경기, 예상상회..집값 상승세도 확대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이날 지난 1월중 미국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5.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해 12월의 55.7보다 낮아진 것이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55.0은 웃돌았다. 또 경기 확장과 침체의 기준점이 되는 50선도 넘어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부 항목별로는 신규주문 지수가 전월의 58.3에서 54.4로 낮아졌다. 생산지수 역시 56.4로 전월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고용지수만 2.2포인트 오른 57.5를 기록했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인 코어로직은 이날 미국의 전국 평균 집값이 지난해 12월에 전월대비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또 조사 대상인 50개주 가운데 무려 46개주에서 집값이 상승했다.
특히 전년동월대비로는 집값이 8.3%나 상승해 지난 2006년 5월 이후 6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모든 주 가운데 최고점대비 39.8%나 하락했던 애리조나주의 집값이 전년동월대비 20.2%나 올랐다.
◇ 유로존 민간경제, 10개월 최고..소매판매는 저조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마킷은 유로존의 1월중 제조업-서비스업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48.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해 12월의 47.2를 앞질렀고, 예비치였던 48.2에서도 소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지수는 경기가 확장세냐, 위축세냐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치인 50선을 12개월 연속으로 밑돌아 유로존 민간 경기가 여전히 위축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유로존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PMI는 48.6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의 47.8은 물론이고 예비치인 48.3을 웃돌았다.
반면 유로존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12월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의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0.5% 감소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었다.
또 전년동월대비로도 소매판매는 3.4%나 줄었다. 이는 1.9% 감소했던 지난해 11월보다 더 부진한 실적이었다. 아울러 앞선 11월 소매판매 역시 당초 0.1% 증가에서 0.1% 감소로 하향 조정되며 소매판매 감소세가 5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
◇ 루비니 “美연준 돈 푼 덕에 증시 당분간 랠리지속”
‘닥터 둠’으로 불리는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가 연방준비제도(Fed)의 부양조치 덕에 증시가 당분간 랠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비니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설립자 겸 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자금을 푸는 정책(easy money policy)를 앞으로 어느 정도 기간동안 더 유지할 것이고 이는 미국 증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지표를 보면 다소 혼조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강한 주식시장과 다소 갭이 있다”면서도 “이는 지난해 연준이 대규모 양적완화로 자금을 풀어낸 덕”이라고 진단했다.
루비니 회장은 “시장이 일부 개선을 보인 것은 경제 성장세가 반등한 덕이 아니다”며 “연준의 달러화 찍기는 자산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적완화가 지속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셰일가스 생산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 덕에 제조업에서 고용이 일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1월 의회의 재정 합의와 이후 시퀘스터(자동 재정지출 삭감조치) 협상 과정에서 올해 3000억달러 정도의 재정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사실상 제로 수준의 경제성장세에 머물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기술적인 경기 침체기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