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1월 마지막 거래일에 뉴욕증시가 또 주춤거렸다. 기업 실적이 엇갈린 가운데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1월 월간으로는 아주 강한 랠리를 기록했다.
3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49.84포인트, 0.36% 하락한 1만3860.58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18포인트, 0.01% 낮은 3142.13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보다 3.85포인트, 0.26% 내린 1498.11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우지수는 월간으로 지난 2011년 10월 이후에 1년 3개월만에 가장 강한 랠리를 보였고, S&P500지수는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강한 1월 랠리를 보였다.
개장전 발표된 기업 실적은 다소 엇갈리며 지수 조정을 야기했다. 마스터카드의 작년 4분기 이익이 호조를 보이고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고 월풀의 실적도 양호했다. 그러나 최대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은 적자가 확대됐고 UPS와 던킨브랜즈의 실적도 기대에는 다소 못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주일만에 큰 폭으로 증가한데다 개인 소비지출도 소득 급증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에 못미친 증가율을 보인 탓에 시장심리가 다소 식었다. 그나마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호조를 보이며 낙폭을 줄였다.
실적이 부진했던 다우케미칼이 7%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역시 저조한 실적을 냈던 UPS도 2% 이상 하락했다. 전날 ‘블랙베리10’ 발표 이후에도 급락했던 리서치인모션(RIM)은 이날도 7%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최대 IT기업인 애플 역시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 이상 하락했다. 페이스북은 장초반 급락세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주가는 1%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 美, 안호이저 M&A 제동..‘버드+코로나’ 한지붕 무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01억달러에 멕시코 최대 맥주회사인 그루포 모델로를 인수하려던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안호이저-부쉬 인베브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버드와이저와 스텔라 아르토이스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안호이저는 코로나를 생산하는 모델로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미 정부는 이럴 경우 미국 맥주시장에서의 경쟁이 현격하게 저하될 것이라며 합병을 반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안호이저를 독과점 혐의로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 법무부 추정대로라면 두 회사가 합병될 경우 미국내 연간 맥주 판매량의 46%를 한 회사가 독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사인 밀러쿠어스보다 훨씬 더 높은 점유율이다. 빌 베어 미 법무부 반독점담당 국장은 “만약 안호이저가 모델로를 인수해 전적으로 소유하고 조정하게 된다면 안호이저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받는 맥주값을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제소는 이같은 안호이저의 M&A 시도를 제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지난 2011년 390억달러 규모인 AT&T의 T모바일 인수에 제동이 걸린 이후 법무부가 반대한 가장 큰 규모의 딜로 기록되게 됐다. 또 맥주산업의 광범위한 구조조정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이기도 하다.
◇ 빌 그로스 “증시로 자금 대이동? 조짐 안보여”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사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시장에서 무르익고 있는 증시로의 자금 대이동(Great Rotation)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로스 CI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현재 핌코내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채권에 있던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한다는 신호는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자금 대이동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다. 최근 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들어 지난 1997년 이후 최고의 1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형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같은 자금 대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 관망하던 현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부동자금들이 최근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의 근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로스 CIO는 특히 “시중 대출자금(크레딧)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크레딧 여건 완화가 경제를 부양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며 “지난 1980년에는 4달러의 새로운 크레딧 자금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1달러를 창출했지만, 최근 10년간에는 10달러가 있어야 하고 또한 2006년 이후에는 20달러가 있어야 1달러 창출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美가계, 소득 급증에 저축 늘려..소비는 ‘찔끔’
지난달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부진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소비도 둔화됐다. 반면 소득 증가율은 무려 8년만에 가장 높았지만, 소비자들은 소비 대신 저축을 우선시했다. 소비경기가 본격 회복되는데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중 개인 소비지출이 전월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3%에 밑도는 수준으로, 앞선 11월의 0.4%보다도 낮았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지출 성장세는 전월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 실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도 전월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쳐 0.6% 늘어났던 11월보다 낮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척도로 쓰이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과 같은 수준으로, 11월의 0.2% 하락에서 다소 높아졌다.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보합에 그쳐 0.1% 상승을 예상한 전망치보다 낮았다.
개인 소득은 이 기간중 2.6% 증가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0.8% 전망치와 앞선 11월의 1.0%를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소득 증가율은 지난 2004년 12월 이후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소득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소비지출 증가율은 그에 크게 못미친 것은 가계가 소비보다 저축에 신경쓴 탓이었다. 12월중 저축률은 6.5%로, 지난 2009년 5월 이후 3년 7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 美 실업수당, 3주만에 급증..계절요인에 ‘출렁’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주일만에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계절조정 탓에 건수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으로는 대체로 안정적인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3만80000건 급증한 36만8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5만건을 크게 웃돈 것이다.
2주일 연속으로 크게 감소했던 청구건수가 한 주일만에 다시 급증한 것은 계절적인 영향이 컸다. 대체로 기업들은 연말 연초 홀리데이 시즌에 임시직을 고용했다가 해고하는데, 실제 노동자들의 실업수당 청구는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탓이다.
그러나 추세적인 청구건수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실제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는 35만2000건으로, 전주에 비해 250건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속적으로 실업수당을 받은 건수 역시 319만7000건으로 전주의 317만5000건은 물론 시장 예상치인 317만6000건을 모두 넘어섰다.
◇ 월풀-마스터카드, 4Q 이익호조..다우케미칼은 적자확대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이 1억2200만달러, 주당 1.52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의 2억500만달러, 주당 2.62달러에 비해 40%나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중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이 주당 56센트의 이익을 갉아 먹었고, 그 외에도 주당 21센트에 해당되는 반독점 소송에 대한 합의금, 19센트 수준인 브라질 세금 감면 등이 비용으로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주당 2.29달러로, 32센트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고 주당 2.23달러였던 시장 예상치도 넘어섰다. 총 이익마진도 전년동기의 14.5%에서 16.9%로 개선됐다.
세계 2위의 신용카드 업체인 마스터카드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다. 매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순이익이 6억500만달러, 주당 4.86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주당 4.80달러 전망치도 웃돈 것이다. 또 같은 기간 순영업수익(매출액)도 19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0%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 최대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매출과 수익성 모두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이었다. 지난해 4분기에 7억1600만달러, 주당 61센트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0만달러, 주당 2센트였던 1년전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또한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 역시 주당 33센트에 그쳐 34센트였던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32억달러로, 137억달러였던 시장 예상치에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