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희석 기자]연초부터 증권회사 프라이빗 뱅킹(PB) 센터는 어느때보다 분주하다. 증시가 좋아져 주식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가 아니다. 바뀌는 세금제도 때문에 한푼이라도 세금을 절약할 방법을 찾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자 세금부담이 덜한 투자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또 상속형 즉시연금은 다음달 15일부터 2억원까지만 비과세가 허용된다고 하자 이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금융업계의 요즘 추세는 세(稅)테크(세금과 재테크의 결합어)다. 증권사들의 요즘 투자설명회 주제는 하나같이 ‘세법개정에 따른 절세투자전략’이다. 몇달전까지는 ‘채권투자전략’을 강의했으나 트랜드가 싹 바뀌었다. 전국 지점에서 저녁 8시까지 세무상담 서비스를 시행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본격 도래하니 “자산을 어떻게 불릴까”에 대한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가진 자산을 온존히 유지하고 자녀에게 물려줄수 있다면 감지덕지다. 특히 슈퍼리치라고 하는 거액을 갖고 있는 자산가일수록 이런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 국민들의 눈은 국회에 쏠려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벌어지고 있다.
청문회 이슈 중 하나는 이 후보자의 ‘건강보험료 재테크’다. 이 후보자는 작년 9월 헌재 재판관 퇴임후 매달 391만원의 공무원 연금을 지급받고 7억2000만원짜리 아파트와 3100만원 상당의 그랜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어 납입해야 하는 지역 건강보험료가 월 26만8000원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공무원인 둘째딸의 직장의료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해 석달동안 보험료를 면제받았다. 이 기간 면제받은 의료보험료는 80만원 수준이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공무원 연금 급여만으로도 둘째딸보다 소득이 더 많은데도, 둘째딸의 부양을 받고 있다고 등록한 것이다.
이 자체로는 국민 건강보험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쟁점이 된 이슈들도 비슷한 부류들이다.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 공저한 책을 단독 저서로 표기, 헌법재판관 재직시 잦은 가족동반 해외 출장, 항공권 차액 챙기기 등. ‘치명적인’ 법률을 위반했다기 보다는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보험료나 세금을 피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들이다.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우리의 사회지도층은 얼마나 달라야하는지’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에게 부탁할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는 우리사회에서 최고 권위를 갖고 가장 애매한 사안들과 첨예한 갈등을 정리해주는 곳이며, 헌법재판소장은 그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건데.
그러기에 청문회가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을 대표해 의심이 가는 사안에 대해 심도있게 질문하고 후보자는 성의있게 답변해야하며 국민들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마음을 열고 경청한 후 ‘가치판단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를 이끌만한 적임자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도층’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세금을 절약하는 테크닉 이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