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고객들의 품질·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덩달아 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메이저 메이커’로 본격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애프터서비스(A/S)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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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미국 진출은 지난 1986년 현대차가 포니 수출을 시작으로 이미 27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으로 판매가 늘어난 건 5년 전인 2009년부터다. 이전까지 5%를 밑돌던 시장점유율은 2009년 7.1%로 껑충 뛰더니 2010년 7.7% 2011년 8.9%에 이어 지난해에는 8.7%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미국 톱7 브랜드로서 입지도 확고히 했다. 연간 판매량도 120만대를 넘어서며 현지 언론들도 과거 싸구려 차 이미지를 벗었다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에겐 ‘싸지 않은 대중차’로서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랐다. 예전에는 쌌던 만큼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당연시 했지만 이제는 도요타·닛산 등 경쟁사와 직접 비교될 수밖에 없다. 미국 현지의 자동차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2009년 이후 현대·기아차에 대한 각종 평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불거졌던 연비 과장표시 논란을 비롯한 각종 불만 섞인 목소리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에드문즈닷컴(Edmunds.com)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 리뷰 게시판에는 ‘이렇게 연비(MPG)가 낮은 줄 알았다면 차를 사지 않았을 것’(아이디 dmee), ‘산 지 1년 반 만에 오디오 시스템이 고장났다’(아이디 hatelantra)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엘란트라는 미국서 매월 1만여대씩 판매되는 주력 모델이다.
연비 과장표시 사태의 경우 소비자 불만이 쌓인 끝에 미국 시민단체 컨슈머 워치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환경보호청(EPA)이 이를 일부 인정함으로써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선 연비 과장표시 사태를 단순한 고객 불만이 아닌 정치적인 의도도 다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이제 정치권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커졌음을 의미한다.
박호석 글로벌 오토시스템즈 코리아(GASK) 대표는 “미국 소비자들의 경우 안전에 민감한 반면 유가가 낮은 까닭에 연비는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다”면서 “정치 이슈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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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면서 미국 자국 브랜드를 비롯한 일본 경쟁사들의 견제도 본격 시작됐다. 지난 2009년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았던 제네럴모터스(GM)는 정부 보유 지분을 전량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 빅3’는 일본·한국차에 밀렸던 중소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으며 점유율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차가 연비가 나쁘다는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해 포드 포커스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가 맞물리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0~2011년 대규모 리콜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등 연이은 악재를 겪었던 일본 ‘빅 3’ 역시 지난해 말 이후 현지 최대 시장인 중형 세단 캠리(도요타), 어코드(혼다), 알티마(닛산)을 연이어 내놓는 등 공세에 나섰다. 더욱이 2008년 이후 지속됐던 엔화 강세가 하향 추세인 점도 이들의 공세를 돕고 있다.
이미 지난 2009~2010년 엘란트라(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차종의 신모델을 대부분 내놓은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기존 모델로 이들 신차 공세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의 불리한 경영 환경은 부담이다. 함영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RI) 주임연구원은 “한국차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차에 유리한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맞물려 올해 현대·기아차의 해외시장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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