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으로 하락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유로존 우려가 고조된 탓이다. 관심을 모았던 미국 주택지표는 혼조양상을 보이며 큰 재료가 되지 못했다.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44.04포인트, 0.33% 하락한 1만3413.51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24.03포인트, 0.77% 낮은 3093.70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8.27포인트, 0.57% 떨어진 1433.32를 기록하며 1430선으로 내려 앉았다.
스페인이 오는 27일 추가 긴축안 발표를 앞두고 대규모 시위와 까딸루냐 정부의 독립 추진 등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이같은 어려움에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는 다시 6%대에 진입하며 불안 징후를 보인 것도 악재로 한 몫했다. 그리스에서도 긴축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지속되며 시장에 부담을 줬다.
다만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대응 여력을 높였고, 독일 정부가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비준하면서 다음달 기금이 출범하게 됐다는 소식은 다소 위안이 됐다.
미국쪽에서는 큰 이슈가 없었던 가운데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가 부진했던 반면 주택 판매가격은 5년 5개월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못했다.
대부분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유틸리티는 경기 방어주로 부각됐지만 에너지와 기술주는 약세를 이끌었다. 아멕스가 1.71%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23% 하락하며 대형주 약세를 주도했다.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애플은 이날도 1.24% 하락하며 주가가 660달러대로 떨어졌다. 야후도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켄 골드만을 영입하면서 장초반 상승했지만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 반면 리서치인모션(RIM)은 예상보다 늘어난 가입자 덕에 6% 이상 급등했고 구글도 0.57% 뛰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제이빌 서킷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10% 가까이 급락했지만, 아메리칸 그리팅스는 주당 17.8달러에 인수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에 17% 이상 급등했다. 딘 푸즈도 인수 제의 덕에 6% 가까이 상승했다.
◇ 美 신규주택 판매 ‘부진’..집값은 5년5개월 최고
미국의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했다. 그러나 판매된 집값은 최근 5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부동산 경기가 아직까지는 불균형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8월중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7월의 3.6% 증가에서 감소로 급선회한 것이다. 연율 환산한 판매량도 37만3000채로, 앞선 7월의 37만4000채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368만채를 모두 밑돌았다. 다만 7월 판매량 수치는 종전 37만2000채에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지역별로는 북동부에서 20%나 급증했고 중서부에서 1.8%, 서부에서 0.9% 각각 증가했다. 반면 남부에서는 4.9%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 판매속도를 감안한 신규주택 공급은 4.5개월치로 지난 7월의 4.5개월과 같았다. 신규 주택 판매가격은 평균 25만690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7% 증가했다. 판매가격은 지난 2007년 3월 이후 무려 5년 5개월만에 최고수준이었다.
◇ ‘검색공룡’ 구글, 美증시 시가총액 5위로 껑충
살아난 검색업계 공룡인 구글이 최근 주가 강세를 등에 업고 뉴욕증시에서 다섯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애플과 엑슨모빌, 마이크로소프트(MS), 월마트에 이어 시가총액 5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불과 두 달전에는 10위에 머물러 있었다. 개장전 거래에서 약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는 구글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249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510억달러인 월마트, 2574억달러인 MS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애플은 6446억달러, 엑슨모빌은 4243억달러로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지난 24일 뉴욕증시에서 장중 747.84달러까지 상승하며 지난 2007년 11월에 기록했던 747.24달러인 사상 최고가를 무려 5년여만에 처음으로 경신했다.
구글은 최근 검색광고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고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광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시장에서는 올해 23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15.4%의 시장 점유율로 페이스북에 빼앗겼던 시장 1위 자리도 1년만에 다시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獨정부, ESM 비준..영구구제기금 내달초 출범
독일 정부가 유로존 17개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비준했다. 이로써 영구 구제금융기금 출범을 위한 모든 법적인 걸림돌들이 해소됐다.
이날 독일 정부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이 ESM 출범을 공식적으로 비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2일 헌법재판소가 ESM과 신재정협약이 독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 판결을 내리자 가우크 대통령은 13일 곧바로 법안에 서명했지만, 정부가 의회의 조건들을 충족시킬 때까지 공식 비준은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영구 구제기금인 ESM은 다음달 8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내달 공식 출범하는 ESM은 8일 곧바로 첫 이사회를 소집하고 10월말부터 실제 자금 운용과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7000억유로(1014조원) 규모의 ESM 출범에 유로존 가운데 최대인 1900억유로를 출연하게 된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도 “ESM에 대한 독일의 부담은 하원의 승인 없이는 늘릴수 없다”는 조건을 단 만큼 추가 재원 확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중도 우파 내각도 독읠 의회가 독일 정부의 ESM 부담금 인상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전면 구제금융 위기’ 스페인, 긴축안 앞두고 불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내 대표적 재정불량국 스페인이 시끄럽다. 스페인 자치정부 카탈루냐가 재정독립을 주장하면서 아예 분리독립 총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 발표 예정일은 코 앞인데 긴축을 반대하는 시위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면 구제금융 신청에 나서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에게는 여러모로 ‘위기의 한 주’가 위태롭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7일 새로운 세금 도입과 고용 창출 프로그램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 외에 유럽연합(EU) 정책 권고를 받아들여 연금을 동결하고 65세인 은퇴연령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67세로 조정하는 경제 개혁안을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 정책만으로는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나긴 긴축에 지친 시민들이 벌써부터 격렬한 저항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에도 시위자 수백명이마드리드의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정부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5명이 체포되고 9명이 부상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카탈루냐는 분리독립을 촉구하면서 오는 11월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의회에서 오는 11월25일 조기 선거 실시를 촉구했다. 카탈루냐는 지난주 재정 독립을 요구했으나 정부로부터 거절당한 바 있다. 카탈루냐의 국내총생산(GDP)은 스페인 전체 GDP의 19%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