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18일 4.11 총선 결과 관련, “민주통합당(127석)과 통합진보당(13석)의 140석은 단군 이래 최대 의석”이라며 “국민이 야당에 집권세력으로서의 기대를 건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제1당이 되길 바란 분들께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총선 패배가 내부 자살골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이번에 저 산등성이를 올랐어야 하는데 여기까지 밖에 못왔다’고 좌절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며 긍정의 힘을 유난히 강조했다.
차기 주자의 지도력과 관련, ▲안보와 평화의 통합 ▲ 경제성장에 대한 좋은 비전 ▲ 지역주의 극복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며 “세 가지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됐든 대통령을 그냥 하는 것이지 역사를 못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가 총선 이후 정치적 현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지사는 ▲ 4.11 총선 평가 ▲ 민주당 패배 원인 ▲ 친노(親盧) vs 비노(非盧) 논쟁 ▲ 차기주자의 리더십 ▲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연대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데일리 사무실에서 40여분간 이뤄졌다
다음은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일문일답
-4.11 총선이 여대야소로 끝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야당이 제1당이 되길 바란 분들께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죄송하다. 다만 민주당이 127석이고 통합진보당(13석)까지 합하면 140석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석이다.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얻은) 탄핵 때 얘기하지만 워낙 특수한 상황이었다. 국민이 야당에 집권세력으로서의 기대를 건다는 긍정적 신호다. 민주당과 야권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민주당의 서울 승리와 영남지역에서의 득표율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정권교체 가능성은 희망적인가?
▲대한민국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한테 국민들의 여론으로 집권적인 힘의 균형이 이때까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라는 돌발변수에 의해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도 굉장히 기적적인 일이었다. 야당도 여당, 여당도 야당이 될 거라는 반반의 확률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정상적이다. 역사가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초 새누리당의 총선 전망은 10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반면 민주당은 단독 과반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공천논란과 김용민 파문에 대한 안이한 대처가 총선 패배의 원인이 아닌가?
▲ 어떠한 발전이든 긍정의 힘을 가져야 한다. 좌절하기보다 어디까지 전진했느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만 또 길을 떠날 수 있다. ‘이번에 저 산등성이를 올랐어야 하는데 여기까지 밖에 못왔다’고 좌절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민주당의 역사가 어디까지 전진했는지를 중심에 놓고 평가를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명숙 대표 사퇴 이후 차기 당권을 놓고 이른바 ‘친노 vs 비노’간 주도권 다툼이 한창인데?
▲민주당을 ‘친노 vs 비노’ 또는 ‘호남 대 비(非)호남’으로 갈랐던 것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질서가 우리를 늘 분열하려고 했던 방식이다. 그런 부채질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낙동강전투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 또는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주자 문재인의 파괴력에 대한 생각은?
▲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세 가지 지도력을 가져야 한다. 우선 전쟁이라는 상처를 겪었다는 점에서 안보와 평화의 문제를 잘 통합해야 한다. 또 성장과 독재를 겪은 나라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경제성장에 대해 좋은 비전을 가져야 한다.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푸느냐 못푸느냐는 문재인 (고문)·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어깨는 물론 그 누구의 어깨에서 똑같이 지워져 있다. 만약 세 가지 짐을 풀지 못하면 누가 (대통령이) 됐든 대통령을 그냥 하는 것이지 역사를 못바꿀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자기 것을 던져가면서 도전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야권의 차기 경쟁에 합류하는 것은 어떤가?
▲누구든 자유로운 의지를 가지고 국민들 앞에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은 다 좋은 일이다. 호불호를 따질 일은 아닌 것 같다.
-민주당 안팎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 방식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은데.
▲ 대한민국 역사를 이끌고 가는 5000만의 지도자가 되겠다면 지도자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은 후보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 문제이다. 후보자들이 가지는 국가 비전이 잘 어울려야만 가능할 것이다. 나중에 안철수 원장이 국민 앞에 나타나면 어떻게 힘을 모을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화답하는 것은 지도자들의 결단이다.
◇ 안희정 충남 도지사는 누구
참여정부 시절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노무현의 우광재 좌희정’이라고 불렸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취임 후 비서실 정무팀장을 맡으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곧바로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참여정부 말기에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임기가 끝난 뒤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고향인 충남 지역에 도지사로 당선돼 야권의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1964년 충남 논산 출생 ▲고려대 철학과 ▲노무현 국회의원 보좌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비서실 정무팀장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민주당 최고위원 ▲현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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