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0일자 3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획재정부가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확대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준 것은 그 동안의 원론적 입장에서 한걸음 나아가 제도 도입을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용역을 받은 곳이 조세연구원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조세연구원은 이미 2010년 말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을 점차 넓히고 장기적으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 “장기적으론 과세 맞아”..시점이 문제
정부도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장 때문에 섣불리 꺼내기를 주저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소액 투자자들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확대에 부정적이던 과거와는 달리 과세형평성 차원에서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는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소액 투자자까지는 무리라 해도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 과세대상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세대상을 넓히는 것에 찬성하는 정부도 세수 확보 문제는 걱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면, 증권거래세와 겹치는 부분을 줄여야 하고 손실 난 부분도 공제해야 하기 때문에 세수 확보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증권거래세(양도가액의 0.3%) 방식에선 손해를 보더라도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한 해에 6조원(농어촌특별세 포함)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투자자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정부로선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는 방식이어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로 제도가 바뀌면 정부로서는 세수확보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 조세연구원, 일본식 모델 점진적 도입 방안 제시
정부가 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준 이상 주식양도차익 과세확대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 없다.
조세연구원은 2010년 12월 ‘자본이득과세제도의 정비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식 모델을 제시했다. 첫 단계에선 현행 과세대상인 유가증권 지분 3% 보유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의 대주주 요건 중 시가총액 기준을 50억원으로 낮춰 과세대상을 확대한다. 이후 점차 과세대상을 늘려 전면 과세한 후 증권거래세도 폐지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주식시장이나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1970년대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을 점차 넓혀 1989년 전면 과세하기 시작했다. 이후 세수감소를 우려해 거래세를 바로 폐지하지 않고 1999년에야 폐지했다.
물론 실패사례도 있다. 대만은 1989년부터 개인의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했으나 가권지수가 8800에서 5500까지 하락해 결국 1년 만에 폐지했다. 주식양도차익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세율 50%(누진세율)를 적용했다는 점과 투자자들에게 사전 홍보 없이 시행 3개월 전에 전격 발표했다는 점 등이 실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는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도입이 단기적으론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해도 일본식 모델을 적용하면 장기적으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