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내 입으로 유해물질 ‘솔솔’

이지현 기자I 2012.03.19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9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금연빌딩 제도의 확대로 애연가들이 건물 인근 화단이나 가로수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마구 버려 거리가 비산먼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변 빗물받이나 가로수에 쌓인 담배꽁초는 빗물에 씻겨 강물로 흘러들거나 토양에 각종 독성물질이 축적돼 결국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수, 채소 등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연운동협의회 등에 따르면 2011년 국내에서 소비된 담배는 90억 개비(개비당 1g)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해 100억 개비를 넘었던 담배 소비량은 그나마 금연운동 등의 영향으로 최근 상당부분 감소했다. 90억 개비에서 발생하는 담배꽁초의 양은 한해 4500톤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담배 소비량은 줄었지만 길거리나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담배의 양은 대폭 늘었다. 금연빌딩 제도의 확대로 길거리 흡연이 늘어나면서 담배꽁초가 빗물과 함께 하수도를 거쳐 강물로 흘러 들어가 생활용수까지 도달하는 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은지 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예전 쓰레기 봉투 등에 담겨 소각되던 담배꽁초의 상당부분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빗물에 씻겨 생활용수와 토양을 오염시킨 각종 유해물질이 정수과정에서 걸러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09년 서울고법 심리로 진행된 ‘흡연 폐암 공동 소송’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담배는 주재료인 연초 이외 최대 600가지가 넘은 화학물질이 첨가돼 있다. 특히 연초 가공과정에서 4000여종의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이중 60여종은 발암물질로 드러났다.

당시 재판에서 KT&G는 담배 한 개비 무게의 8% 가량이 첨가물이 구성돼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연운동협의회 등이 반박한 자료에 따르면 담배 제조업체가 첨가물을 넣는 이유는 니코틴의 흡수율을 높이며, 후각 및 기관지의 감각 기능을 마비시켜 역겨운 냄새 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어떤 ‘흡연 폐암’ 관련 소송에서도 담배 첨가물의 종류와 양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은 담배가 연소하는 과정은 물론 꽁초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플라스틱필터는 자연에서 썩는데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해물질은 어떻게 분해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유해물질이 하수도에 버려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보건학과 톰 노보트니 교수는 물 1리터에 담배꽁초 한개가 들어 있을 경우 96시간 미만에 물고기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농도는 낮지만, 담배꽁초 속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이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동물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담배꽁초를 유해폐기물로 지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도록 특별한 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 휴대용 담배꽁초 수거함이 정착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연에서 돌고 돌아 나에게, 결국 가족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함부로 꽁초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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