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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정용진 "신세계, 맨파워·빠른 의사결정 강점"

유용무 기자I 2009.05.26 09:01:00

정용진 부회장 "단점은 짧은 유통역사..마케팅 부족"
"롯데, 최고 유통업체이자 배워야하는 업체"
"지분 언제 물려주실지 알지 못한다"

[뒤셀도르프(독일)=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신세계의 강점은 선대회장이 물려준 맨파워와 빠른 의사결정입니다. 단점은 유통업 역사가 짧다보니 선진유통업체와의 경쟁서 마케팅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사진)이 25일(현지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다음날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PL박람회 참관에 앞서 기자들과 비공식 만찬을 가진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가능성에 대해서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영원한 맞수인 롯데에 대해선 "누가 뭐래도 최고 유통업체다. 많이 배워야하는 업체"라고 치켜세웠다.

더불어 "신세계가 향후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말도 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형점포 출점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정 부회장이 구학서 부회장과 이마트·백화점부문 대표 등 경영진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 기자들과 만나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는 만찬 뒤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기도 했다.

다음은 정용진 부회장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데, 경영전면에 나서는 시기는 언제쯤인가.
▲최근 대외활동은 잦아진 건 구학서 부회장과 허인철 부사장 두 분의 제안이 있었다. 개인적인 판단은 아니다.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이)지분을 언제 물려주실지에 대한 건 알지 못한다. 저는 이분들을 대신해 대주주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분을 언제 물려받을지에 대해선 신경쓸 부분이 아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 나름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신세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다면.
▲제일 강점은 선대회장이 물려준 맨파워다. 빠른 의사결정도 있다. 경쟁사가 두달 걸린다면 한 시간안에 끝낸다.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내부 의견충돌없이 잘가는 게 최대 장점이다. 단점은 본격적인 유통업 역사 짧다는 거다. 경험과 데이터가 부족하다보니 선진유통업체와 경쟁서 마케팅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롯데에 대해 평가해달라.
▲롯데는 누가 뭐래도 최고 유통업체다. 많이 배워야하는 업체다. 물론, 의사결정시스템에 있어서 우리에게 약간 밀린다고 본다. 롯데도 최근 일련의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바뀌었을 것으로 본다. 분명 저력이 있는 기업이다.

-현재 진출하지 않은 업태(業態) 중 향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도매업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 메트로,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 등 세계 유수 유통업체는 3~4개 이상의 업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한 업태만 고수해왔다. 소비자 니즈를 맞추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가능성이 있는 업태라고 본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코스트코처럼 별도의 땅을 사서 가긴 힘들고, 기존 매장과 월마트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을 시도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또 업태 다양화를 위해 점포 사이즈 줄이거나 혹은 키우는 식의 변화도 생각할 수 있다. 아울러 파는 상품(MD)을 한정화해 전문점되는 형태,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 형태도 고민 중이다. 다만, 하드 디스카운트형 형태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제일 쉬어보이지만, 사실은 제일 어렵다. 가격 경쟁력에 신뢰까지 얻는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마트의 소형점포 본격화에 대한 소상공인 반발 심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일단, 이마트가 예전 남들 3000평짜리 점포 낼때 신월점(400평규모)을 연 적이 있다. 그 연장선상으로 봐달라. 경쟁사에 비해선 소형점포 출점이 늦은 감이 있다. 시험점포를 여는 걸 새로운 업태 진출로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소상공인들의 겪고 있는 나름의 고충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저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 스스로 미진한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인하, 배달, 연합해 상품 싸게 매입하는 등 소비자에게 혜택 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스스로의 변신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게 돌파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지역 상공인과 협력을 고민중이다.

-이마트가 직접 소형점포를 운영하지 않고, 프랜차이즈식으로 가는 건 어떤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제대로 된 구조가 필요하다. 똑같이 이익을 나누고 손실도 나눠야 한다. 향후 이 부분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내부적으로도 고민하고 있다.

-소형점포 출점 계획은 어느 정도인가
▲소형점포는 100개 이상 늘릴 계획은 없다. 상황에 따라 접을 수도 있다. 올해 일단 30개 정도 출점을 생각하고 있다.

-신세계 들어온지 15년 됐다. 지난 15년을 평가해달라.
▲정확하게 14년차다. 1995년 12월 입사했고, 96년부터 일했다. 당시 구학서 부회장이 아무소리 않고 배우라고 해 그렇게 했다. 외환위기 이후 백화점에서 이마트로 확장되면서 세계로 나가 먼저 보고 연구했다. 그리고 PL을 통해 발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난 15년은 감사하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15년전 신세계 매출은 2조원이 안됐고, 매년 30억~40억원 적자였다. 남들이 제일 어려워했던 외환위기가 지금까지 오게 된 건 고객들이 도와주고 사랑해줬기 때문이다. 또 임직원들이 어려움에 굴하지 않았다는 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구학서 부회장 경영스타일을 평가한다면.
▲선대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대 회장과 함께 일했고, 또 그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 구 부회장이 신세계에 온 이후 업적도 인정받았다. 삼성에서 독립후 윤리경영 등 많은 의사결정을 거치면서 당시 이해하지 못한 의사결정 모두가 지금은 다 이해가 간다.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생각은.
▲신세계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확고하다. 내가 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나는 신세계의 비전이라 할 수 있는 PL, 그리고 전문경영인이 못하는 10~20년 뒤 모습 등을 그리는 것이 될 것이다.

-프리미엄급 PL 추가 출시 계획 및 운영 전략은.
▲PL의 한계는 없다고 본다. 고객들이 원하면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그중 성공과 실패사례가 있다. 실패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소비자 의견 수렴을 통해 니즈 제품 만드는 게 방향이라고 본다. 오는 8~9월경 PL이 확 바뀐다. 이번에 나오는 부분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게 핵심이다. 싼 건 더 싸겠지만, 내셔날 브랜드보다 더 비싼 제품도 나올 수 있다. 과거 싼 컨셉의 PL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점포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 그리고 타사 고객을 유입시키는 게 목표다.

-유통업을 비롯해 그외 사업을 확장계획은 없나.
▲제조업을 인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유통업 역할 줄어들게 된다. 전 세계 사례를 보더라도 그런 적은 없다.

-최근 근황은.
▲평소와 다를 것 없다. 출퇴근하고 운동하고, 강아지 키우고. 애보고 보통 그렇게 보낸다.

-PL박람회 이후 다른 일정이 있나.
▲이탈리아로 간다. 수퍼마켓 잘 돼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유통업 점검차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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