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에 가보지 않고 영국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영국 사람들에게 펍은 단순한 주점에 그치지 않는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펍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영국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영국에는 약 6만개의 펍이 존재한다.
지역에 하나씩 있는 교회에 비슷한 역할을 한다.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펍으로 달려가 함께 응원을 하고, 정치의 계절이 오면 소란스럽게 정치토론을 벌일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영국에서의 펍의 역사는 965년 에드가왕이 한 마을에 하나 이상의 펍을 둘 수 없다는 법령을 공포했던 것을 기록을 참고로 해도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존하는 펍 가운데 가장 오래 된 펍은 런던 코벤트 가든역 근처에 있는 ‘램 앤 플래그’(Lamb & Flag). 1623년 오픈했다고 하니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두 도시의 이야기’를 쓴 찰스 디킨즈와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가 단골로 찾았던 이 펍은 ‘양동이의 피’(Bucket of Blood)이라는 섬뜩한 이름을 달고 있었다고. 동네 건달들이 돈을 걸고 맨주먹으로 투전판을 벌여 양동이에 피가 가득 고일 정도로 혈투가 벌여 이런 이름으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또 1679년에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존 드라이든이 펍 앞의 골목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피투성이가 된 일이 있었다.
지금도 이 펍의 2층은 드라이든 바(Dryden Bar)라고 불러 이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현재의 펍 이름인 ‘램 앤 플래그’는 깃발을 들고 걸어가는 양의 모양을 하고 있는 세인트 존(St. John the Baptist)의 문장에서 따왔다고.
이 펍은 다양한 리얼 에일과 함께 감자요리인 재킷 포테이토와 샌드위치, 소세지 등을 제공하며, 오크바닥, 나무의자, 벽난로 등으로 장식된 고색창연한 튜더 왕조 양식 등이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펍의 나라 영국에는 램 앤 플래그처럼 전통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도 있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의 현대적인 곳 등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공통점은 단순히 술이 마시는 밋밋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소통되는 공간이라는 것.
진짜 영국을 느끼고 싶다면 펍으로 들어가라. 양동이에 피가 고일 정도로 엄청난 싸움구경을 할 수는 없겠지만, 시끌벅적하고 맥박이 펄펄 뛰는 격동하는 삶의 현장이 그 곳이 있기 때문이다.
[ 도움말 :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장승희 전략기획팀장 (02)501-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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