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세계적인 규제완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보도했다. 규제완화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과 아르헨티나는 우파 정부가 이끌지만 영국은 좌파인 노동당 정부가 규제를 푸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탈규제 움직임이 1990년대를 풍미한 대처·레이건 혁명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추세와 거꾸로 가는 한국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문기구로 정부효율부(DOGE)를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머스크는 연방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관료주의와 규제를 타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한편 석유 등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기톱’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공무원 감원, 보조금 축소 등 과감한 정책을 잇따라 도입했다.
시장을 중시하는 우파 정부가 규제완화에 팔을 걷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영국 노동당 정부는 좌파이면서도 성장을 위해 규제를 푸는 데 열성적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런던 히스로 공항 확장이 큰 이슈다. 이와 관련,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개발업자들이 박쥐와 도롱뇽 걱정을 그치고 건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과거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뒤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규제완화가 시나브로 힘을 잃었다. 규제를 암덩어리로 부른 박근혜 정부에서 반짝 힘을 받았으나 네거티브제 도입과 같은 근본적 전환은 이루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타다금지법으로 혁신을 막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을 옥죄기만 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거대 야당 장벽에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52시간제 규제를 풀어달라는 재계 요구를 매몰차게 뿌리쳤다. 그리곤 기업인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나마 이재명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업주도 성장론을 편 것은 고무적이다. 민주당이 국제 흐름과 거꾸로 가는 규제 정책을 바로잡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