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와 직결된 양자, 장기적 지원해야…예산 감액 아쉬워

김아름 기자I 2024.12.16 04:40:57

양자기술 강국 위해 예산 54% 늘려
금융 암호체계, 국가보안 영향 대응
"한국 잘하는 반도체 방식으로 기술 구현해야"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정부는 양자기술이 국방과 첨단산업 등 국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며 ‘양자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도 양자기술 관련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54% 증가한 1980억원으로 확정됐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관련 예산 23억원이 삭감돼 아쉬움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양자기술이 공공과 금융 등 국가 기반 시설의 암호 체계를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예산 지원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양자기술 예산 54%↑…범부처 역량 집중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기술 관련 정부 예산은 올해 1285억원에서 54% 증가한 1980억원으로 확정됐다. 내년 과기정통부 전체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5.5% 증가한 것에 비해, 양자기술 예산 증가는 10배에 달한다. 다만, 이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서 1개 사업, 23억원이 감액된 것이다. 감액된 예산은 ‘글로벌 파트너십 선도 사업’에 배정된 것으로, 사업 준비 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돼 추진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을 양자기술, AI-반도체, 첨단 바이오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집중 투자하며, ‘2030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양자기술은 ‘2025년 예산안 20대 핵심 과제’에도 포함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양자기술산업법)을 제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양자기술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미래 첨단산업과 국가 안보의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육성할 계획인 셈이다.

정부는 ‘양자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양자기술·산업 기반 조성 추진’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육성 방안을 마련해 왔다. 정치권에서도 양자과학기술 연구 기반 조성과 양자산업 체계적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공동으로 양자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또한, 정부는 양자기술과 양자산업의 육성을 위해 양자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범부처가 협력해 양자종합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양자전략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8개 중앙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과기정통부는 이 법령에 기반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자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학계는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양자컴퓨팅 기술로 암호화된 코드를 푸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며, “양자기술 관련 퍼스트 무버들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안 될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韓, 반도체 방식으로 양자기술 구현 적합

양자 유틸리티(유용성) 시대가 이미 열린 상황에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다는 문제 때문이다.

백한희 IBM 퀀텀 일본사업총괄본부장은 최근 열린 ‘퀀텀포럼 2024’에서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없이는 유저들이 이를 사용할 수 없다”며 “양자컴퓨터 생태계 개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트랜지스터가 원자 수준으로 작아진 상황에서 양자 엔지니어링은 더욱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트랜지스터가 작아질수록 작은 입자들이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는 ‘양자 터널 효과’가 발생하여 온-오프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 바로 양자 컴퓨터다.

김용훈 교수는 “트랜지스터는 온-오프가 되어야 하지만 양자 효과로 인해 항상 온 상태가 된다”며 “양자 효과를 최적화해 이를 컨트롤 가능한 영역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양자컴퓨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초전도체, 이온(트랩), 반도체, 광자 방식 등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방식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위기 역시 양자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나노미터 크기에서 나타나는 양자 현상은 정밀한 반도체 공정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러 후보 기술 중 IBM은 초전도체, 인텔은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며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그 강점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양자컴퓨팅을 구현해야 한다. 만약 반도체 방식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그 지식과 기술은 반도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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