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37.2%로 2012년(22.4%)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12년 사이 14.8%포인트 증가했으니 꽤 빠른 속도다. 20대 청년층에서는 이 비율이 42.8%로 더 높다. 이런 의식 변화는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 출산 중 비혼 출산 비율을 보면 2000년(1.2%)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1년 3.0%에 이르렀다. 이 비율이 60%대인 프랑스나 40%대인 미국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비혼 출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부 지원 정책에서 비혼 출산은 아직 소외당하고 있다. 비혼 출산 시 출생 신고 의무는 우선적으로 엄마에게 있는데, 엄마는 법적으로 ‘미혼모’로 분류돼 기혼 부부 가정이 누리는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아빠가 직장에 다니면서 엄마와 아이를 부양하는 경우에 소득세 인적 공제와 교육비 공제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또한 직장에서 출산휴가나 가족돌봄휴가, 가족수당 등 기혼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구경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혼 커플은 의료 서비스 이용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플 중 한 명이나 아이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병원에서 동의서를 요구받는다. 이때 법적인 부부가 아니면 동의서를 작성할 자격이 없어 증인을 구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혼 출산 커플에 대한 차별은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현실이다. 결혼과 비혼 출산 여부는 개인적 선택의 영역에 속하며, 이를 이유로 한 차별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비혼 출산이 전체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도 앞으로 빠르게 커질 것이다. 청년층의 비혼주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종 가정 지원이나 출생 관련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서 이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비혼 커플을 법률상 가정에 준하는 사회적 단위로 인정하고, 출산 지원 정책 등 혜택을 기혼 부부와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