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방문한 尹…네덜란드와 반도체 소재·장비 연대 강화

박태진 기자I 2023.12.13 01:15:56

대통령실 “반도체 순방…기술 패권 결정짓는 전략 자산”
양국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내년 2월부터 교육
“인재 키우고 노하우 공유,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어”
尹,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 중요한 전환점 기대

[암스테르담=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경제적 성과 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반도체 동맹 강화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분야는 취약한 측면이 있어, 반도체 제조 강국의 위상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도체 소재, 장비 주도국인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과의 전략적 연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12일 양국 정상 임석 하에 두 나라 기업들 간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뤄지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로 ‘클린룸’을 둘러보기에 앞서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AI·양자·바이오도 반도체가 좌우”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한마디로 반도체 순방”이라며 “오늘날 반도체는 안보 자산이자 기술 패권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이다. AI(인공지능), 양자, 바이오뿐만 아니라 첨단 무기까지도 반도체의 성능이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설계, 장비, 제조 등 전주기에 걸쳐 150여개의 반도체 전문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를 대부분 생산하고 있어 반도체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 ASML은 1984년 필립스와 ASM의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반도체 초미세 생산 공정의 필수적인 극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12일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SML를 방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의 ASML 방문은 방명록 서명, 기업인 간담회, MOU 서명식 임석, 클린룸 시찰 등 네 가지 세부 행사로 진행됐다.

양국 기업인 간담회에는 우리 측은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이, 네덜란드 측은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증착 장비를 생산하는 ASM의 벤자민 로 CEO, 자이스의 안드레아스 페허 CEO, 연구기관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 등이 참석했다.

박 수석은 “윤 대통령은 ASML 방문이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이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반도체 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양국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정상 임석 하에 삼성-ASML 협력 MOU, SK-ASML 협력 MOU, 정부 간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 등 총 3건의 MOU가 체결됐다.

양국 정부는 우선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을 약속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는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미래 반도체 인재를 함께 양성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측에서는 KAIST, 울산 UNIST, 성균관대 등 3개 반도체특성화 대학원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고, 네덜란드 측에서는 아인트호벤 공대, IMEC, Brainport Development, ASML, ASM, NXP 등 산학년이 대거 참여한다.

첫 번째 교육은 내년 2월에 네덜란드에서 1주간 진행되며, 양국에서 선발된 석·박사급 대학원생 및 엔지니어 각 50명씩 총 100명이 참가한다.

박 수석은 “인재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양국의 반도체 분야 미래 세대들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또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 클린룸을 시찰했다. 이곳에서는 2나노(㎚·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차세대 EUV 장비가 제조되고 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처음으로 대외 공개하는 것이며, ASML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깊은 신뢰 관계와 전략적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 尹, 비행기서 참모들과 1시간 ‘반도체 회의’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이동 중인 공군 1호기 내에서 2시간 가량 참모들, 부처 장관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 길에 오르기 직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도체 산업환경 변화 속에서 이번 순방이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협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윤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특히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생산기업인 ASML 방문이 한-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 구축뿐만 아니라 우리 반도체 기업이 대만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2나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서 12일 ASML사를 방문하는 것은 2나노 공정 장비를 누가 먼저 선점할 수 있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2나노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이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660조원 규모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이퍼에 남긴 서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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