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시켰다"…7살 딸 살해 후 암매장한 친모[그해 오늘]

김민정 기자I 2023.09.01 00:01:00

작년 아동학대 사망 50명…가해자 82.7%가 부모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6년 9월 1일, 7세 딸을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친모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김성원 부장판사)는 살인죄, 사체은닉죄 등으로 기소(구속)된 친모 박모(42) 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집주인 이모(45·여) 씨에게는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박씨의 친구 백모(42·여) 씨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사체은닉죄로 기소된 이씨의 언니(50·여)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남편과 이혼했던 박씨는 두 딸과 함께 2009~2011년 사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씨의 아파트에서 4명이 함께 살았다.

이씨는 2011년 7월부터 10월 25일까지 큰딸(2004년생·사망 당시 7세)이 가구와 옷가지 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회초리와 실로폰 채, 효자손 등으로 매주 1∼3차례 간격으로 10대에서 많게는 100대까지 상습 폭행하고 아파트 베란다에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습 폭행과 함께 보름 동안 식사를 하루에 한 끼만 제공해 큰딸의 눈에 다크서클이 생길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망 당일인 10월 26일에는 박씨가 큰딸을 의자에 묶어 1차로 폭행하고 출근한 뒤 집주인 이씨가 2차로 폭행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박씨의 큰딸이 폭행에 따른 외상성 쇼크 상태에 빠져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는데도 119신고 등 긴급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의자에 묶어둔 채 4시간가량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큰딸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고, 이들은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이같은 사실은 2월 고성경찰서가 수사하면서 들통이 났다. 박씨의 두 딸은 친아버지 고향인 경남 고성에 주소를 두고 있었는데 작은딸(9)이 초등학교에 취학하지 않아 교육청의 요청 등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던 것이다.

경찰의 추궁에 처음 박씨는 2009년 7월경 서울 노원구 아파트 놀이터에서 큰딸을 잃어버렸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경찰이 실종신고도 하지 않은 점을 집중 추궁하자 박씨는 2011년 10월 26일 학대로 큰딸이 사망하자 야산에 묻었다고 여죄를 털어놓았다.

재판부는 친모 박씨에 대해 “피해자의 하나밖에 없는 엄마였던 박 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모든 범행을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과 7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어린이를 어른들이 잘 돌보지 않은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동복지법위반죄, 살인죄, 사체은닉죄 등 범죄행위가 대부분 인정되는데도 대부분 범행을 부인한 집주인 이씨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한 점을 근거로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가짜 성폭행 사건 만든 ‘세 모자 사건’과 닮아

‘세 모자 사건’은 자신과 두 아들이 남편과 친척 등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던 여성의 주장이 허위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들은 인터넷에 결백을 주장하는 등 동영상을 올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결국 무속인에게 세뇌당해 허위 사실을 꾸민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의 상황도 이와 흡사했다. 박씨는 당시 몸도 아프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이후 박씨는 대학 동창 백씨로부터 “기도만으로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은 후 2009년 1월 이씨의 아파트로 이주했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이씨를 친언니 이상으로, 그리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맹목적으로 따랐다. 이씨가 소유한 휴대전화 매장에서 월급도 받지 않고 일했고,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 원을 이씨에게 넘기기도 했다.

큰딸에 대한 폭행도 이씨의 “하나님이 시켰다”는 말에서 시작됐다. 딸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박씨에게 “(큰딸이)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 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박씨의 이같은 충성에도 이씨는 같은 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둘째 딸을 쫓아냈다. 그리고 2017년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부모였다

지난해 아동학대가 약 2만 8000건 발생한 가운데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대 사망 아동은 2018년 28명, 2019년 42명, 2020년 43명, 2021년 40명이며 지난해 사망 아동 수는 2018년과 비교해 78.6% 증가했다.

학대 가해자의 80% 이상은 부모였고, 학대 장소 역시 주로 가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유형을 살펴보면 치명적 신체학대로 인한 사망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14명이다. 화장실 등에서 출생 후 사망한 경우는 5명이다. 감독소홀에 의한 사망 8명 등 치명적 방임에 따른 사례도 나왔다.

이처럼 보호자의 학대로 인한 안타까운 아동 사망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아동 방지 시스템에 대한 질책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피해를 막으려면 가정양육 제도와 관련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례들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시스템이 촘촘하게 맞물려 현장에 잘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우경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신고 활성화를 위한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재학대 방지를 위해 부모상담·양육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가정기능회복 지원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요 위기지표를 활용해 아동의 소재·안전 확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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