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신뢰와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대형 비리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BNK경남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맡은 직원이 15년 동안 56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데 이어 9일에는 KB국민은행에서 증권 업무 담당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10일에는 DGB대구은행 직원들이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 계좌 1천여개를 당사자들도 모르게 개설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이 긴급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건들은 대형 사고가 단기에 집중적으로 불거진 것도 충격적이지만 내용과 규모에서도 고객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은행 직원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6년 이상 횡령을 반복했음에도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도 알아채지 못했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최근 3년간 상장회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며 알게 된 정보로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올렸는데, 한 부서 직원 17명 가운데 10여명이 연루됐다고 하니 가히 조직범죄나 다름없다. 대구은행의 경우는 다수 영업점에서 불법계좌 개설이 확인된 데다 고객의 관련 민원 제기에 제때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를 저지른 은행원들은 업무상 책임과 사적 이익을 구분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은행권 직업윤리가 땅에 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은행의 내부통제가 유명무실했다는 점과 금융 분야의 경찰인 금감원의 은행 감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부통제와 외부감독이 이처럼 허술해서는 유사한 대형 비리 사건이 재발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은행들의 내부통제와 금감원에 의한 외부감독 양쪽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은행권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업무가 고도로 전산화돼 있다. 전산 시스템 모니터링만 철저히 하고 특정 보직의 장기근속에 대한 점검만 정밀하게 해도 비리를 상당부분 예방하거나 조기 대응할 수 있다. 변화한 업무환경을 고려해 내부통제와 외부감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비리 행위자와 관련 경영자에 대한 처벌의 수위도 대폭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