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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와 유가공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낙농진흥법에 따라 원유의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소위원회는 매년 통계청이 우유생산비를 발표한 뒤, 다음달 1일부터 1개월간 운영된다. 소위원회에서 조정된 원유기본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8월 1일부터 가격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운영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작년에도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11월에 최종 협상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하에 처음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 생산비 연동 방식에서 우유 소비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비 증감분 반영 비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흰우유는 리터(L)당 69~104원, 가공유(탈지분유·치즈·아이스크림 등)는 L당 87~130원 범위에서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논의 중이다. 제도개편 이전(104~127원)보다 가격 상승폭은 낮아졌지만, 최저폭 인상에도 L당 원유 가격은 현재 996원에서 1065원으로 6.9%나 오른다. 이는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이에 따라 밀크플레이션(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 연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우유·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이 높은 유가공품류와 아이스크림류는 이미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1일부터 스크류바·돼지바·수박바·월드콘 같은 자사 주요 인기 아이스크림 제품의 편의점 공급가를 25%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이달부터 치즈 제품 19종 출고가를 10~18.8%,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등 식물성 음료 950㎖ 대용량 제품 가격을 15.1~15.3% 올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유가공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 원인은 낙농가에게, 가격 인상 부담은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면서 “원유가 상승 대비 과도한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원유가 상승을 핑계로 이익만을 강구한다면 유제품 시장의 축소와 낙농 시장의 하락세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원유가격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사실상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이 각각 5%, 1% 수준인 만큼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원유 가격 협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유업계, 유통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과도한 인상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