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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2023~2027년 중기재정운용 및 2024년도 예산편성 방향 등을 논의했다. 재정전략회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다. 이날 회의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1년은 전 정부의 이런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건전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던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작년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따라서 단호히 배격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기 없는 긴축재정,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세수상황도 ‘깜깜’…지출규모 유지도 어려울 듯
정부가 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건전재정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내년 예산 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내년 세수전망도 부정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제한하면 매년 부채가 50조원 규모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수입(국세·세외·기금수입)은 655조7000억원으로 올해 전망치(625조7000억원) 대비 4.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출 역시 올해 대비 4.8% 늘어난 669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 세입이 올해와 거의 비슷하거나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관리하면 그만큼 지출도 줄어든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 세입 상황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세수를 최초 예상치보다 40조원 정도 줄어든 규모(약 585조원)로 봐도 내년에 늘어날 수 있는 세수 규모는 4~5% 이내이며,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지출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없고,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야당의 추경 제안을 거부하면서, 올해 재정당국은 적극적인 불용(배정한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것)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적자규모를 유지하려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잉여금·기금 여유재원 등이 추가재원으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30조원 규모의 세수 부족분을 모두 메우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결국 세수부족이 심각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5.8%(18조1000억원), 2014년 5.5%(17조5000억원)의 불용률(세출예산현액대비 불용액)을 올해 다시 볼 가능성도 크다. 불용률이 4%대를 넘는다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불용률은 2.2%였다.
◇국고보조금 합리화 강조…내년 주요 삭감대상 전망
이날 회의에서는 △국고보조금 관리·감독 강화 방안 △성과가 미흡한 저출산 대응 △지역균형발전 사업 성과 제고 방안 등도 논의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고,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고 밝혀, 내년 삭감대상 최우선 순위가 될 전망이다. 또 저출산 예산의 경우 재정 칸막이를 해소, 범부처가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국방·법집행 등 국가 본질적 기능 강화 △약자 보호 △미래성장동력 확충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등을 위한 지출은 더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군 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과 첨단과학기술 R&D(연구개발)에 과감한 효과적 지원을 예고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내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돼 오는 9월 초에 국회에 제출된다. 또 정부는 이날 논의를 반영, 장기재정계획을 담은 ‘재정비전 2050’도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