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수천 년 세계사 이면에 언제나 존재해 왔던 ‘술 마시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류사 전체를 시기별로 훑으면서 ‘알코올을 발견하고, 지켜내고, 찬양해 온’ 여자 술꾼의 일대기를 소환한다. 역사학자이자 애주가인 저자는 음주라는 행위가 언제부터, 또 어떻게 젠더와 연결되었는지 의문을 품고, 취한 여성들의 역사를 추적했다.
여성 음주의 역사는 금기와 차별, 억압의 역사와 이어진다. ‘여사제가 술을 마셨을 경우 화형에 처한다’는 항목이 포함됐던 고대 함무라비 법전부터 무수한 밀주업자와 불법 술집들이 성행했던 미국의 금주법 시대까지. 유구하게 이어져 온 여성의 음주행위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그 기저에 깔린 가부장제의 모순을 짚어낸다. 저자는 “한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알고 싶다면 술잔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된다”고 일갈한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을 쓴 위소영 작가는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나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무려 회장님 앞에서 신고 있던 하이힐로 시원하게 병맥주를 따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샴페인 소맥을 미친 듯이 발사하는 오늘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견의 세월과 설움, 그리고 투쟁이 있었는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책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기어이 술을 만들고 팔고 마셔댄 여자들의 연대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