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저자만의 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지를 한데 모은 ‘종합판’ 같다. 여러 장소를 만나고 ‘여행’하면서도, 여느 여행기처럼 여행지의 맛집 소개나 가는 방법, 쇼핑장소, 숙소 정보를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을 통해 마주한 내면,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여행의 태도와 의미를 꾹꾹 눌러 서술하는 데 공을 들인다.
그래서 저자는 물 좋고 바람 좋은 곳에 가서도 머뭇거린다. 숨을 고르고, 타인(자연)에 귀 기울인 채 온전히 곱씹고 마주한 뒤 자신을 뒤돌아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저자의 여행은 끝나는 데서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인 셈이다.
책에는 저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이야기, 그래서 본인의 새로운 이야기가 된 여행지 40곳이 담겨 있다. 일부는 이미 너무 유명한 곳이고, 많은 이들이 다녀와 여행기를 남긴 곳이기도 하지만 저자만의 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내밀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숨어 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품은 이야기를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계절 화보를 넘기면 가장 먼저 숲의 향연이 펼쳐진다. 긴 들숨으로 억척스레 버텨낸 일상을 뒤로하고 잠시나마 긴 날숨으로 평안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숲 이야기는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을 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책의 시작인 ‘눈이 열리고’ 묶음(챕터)에서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산과 호수, 강과 계곡, 바다와 섬을 조우한다. 이어지는 ‘피안에 깃들고’ 모둠에선 오래도록 걷고, 머물고 싶은 풍경과 이야기가 담긴 곳으로 떠날 수 있다. ‘멀리 향기롭고’ 부문에선 마음에 잔향을 남기는 씩씩하고 강건한 꽃들의 속삭임을 듣는다. ‘이야기를 만나고’에서는 마을과 그 마을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연은 말이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 여행의 매력입니다. 자연은 거대한 노목처럼 늘 그 자리에 있더군요. 언제 찾아가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저를 반겨줍니다. 저라는 존재를 온전한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더군요. 저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없고, 더 잘하라고 다그치지도 않아요. 오히려 제가 그를 속이고 기만했지요.”
여행자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책의 미덕이다. 여행은 ‘여기’ 아닌 곳으로 떠나 생각지도 못한 풍경과 마주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자,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정이라고 말이다.
가수 송가인은 추천의 글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들이나 지나쳐 왔던 순간들이 이 책으로 인해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지면 좋겠다”며 “국내여행을 가고 싶지만 어디를 가야할지, 간다면 어떤 것을 보고 와야 할지 망설이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고 적었다. 방송인 이우석은 “책 한 권이 여행을 부른다”고 썼고,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장은 “여행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그 해답을 준다”며 “대충 책장을 넘기지 마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