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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갈 데까지 간 미래세대 착취, 국민 통합 바랄 수 있나

논설 위원I 2023.04.20 05:00:00
윤석열 대통령이 ‘미래 세대 착취’라는 표현을 그제 7번이나 사용했다. 경매 일정 중단 등 전세 사기 피해 관련 대책을 보고 받은 국무회의에서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 외에 나랏빚 증가, 고용 세습, 마약 등을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함께 지목했다. 우리 사회와 국가에 만연한 각종 병리 현상과 약자 상대 범죄가 2030세대를 희생자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날 인천 주안역 광장에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회가 연 사망피해자 추모제에서는 “전세 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는 절규까지 나왔다.

수도권 일대에서 우후죽순처럼 번진 전세 사기의 큰 특징은 유독 2030세대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 전세 사기의 피해자는 모두 2030세대였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없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일수록 범죄 조직의 꼬임에 넘어갈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가격이 들쭉날쭉한 빌라 및 변두리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선 싼 매물을 찾는 젊은 세입자들이 갭투자 물건의 위험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 책임만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추홀구는 피해 가구가 무려 3107곳에 달하며 이 중 65%가 경매에 넘겨질 것이라고 한다.

미래 세대를 노린 범죄는 전세 사기 뿐이 아니다. 학교 앞과 주택가까지 파고든 마약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2021년 한 해 동안 적발·압수된 마약만도 1295.7㎏으로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인터넷에서는 마약 관련 광고가 1분에 한 건씩 올라올 정도로 범람하며 젊은이들의 정신과 육체를 좀먹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축소한 검찰 마약 전담 부서를 부활시키고 840명의 인력으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다지만 마약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래 세대 착취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지적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국가적 차원의 대책과 사회 전반의 자성, 협조다. 정치권도 네탓, 내탓을 가리거나 정쟁의 구실로 삼을 때가 아니다. 시늉만 내다 만 연금개혁 역시 미래 세대에 부담을 미룬 착취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기성 세대가 모두 ‘헬조선’ 대책에 발벗고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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